미국의 전설, 오디오 리서치는 진공관에 대한 절대적인 신의를 지닌 업체다. 미국의 하이파이 업체들이 모두 반도체로 러시를 이루던 때에도 이들은 진공관을 추구했다. 또한 이들은 미국 하이엔드의 아버지라 불릴 만한데 70년대 초기부터 모두 진공관으로 설계, 채널당 150w를 내는 D150 같은 전설적인 앰프를 내놓은 바 있다.
과거의 이단이 오늘날 정식 종교로 깨닫게 되듯이 진공관 기기들은 화려한 귀환으로 오디오 리서치는 ‘그것봐라!’라고 하듯이 그 명성은 여전히 높다.
40년에 걸친 개발과 생산으로 이들은 ‘평생 쓸 수 있는’ 진공관 앰프 만드는 노하우를 터득했고 이들의 앰프 포트폴리오는 확실히 인상적이다.
과거 그리고 현대
LS17 프리앰프는 마이컴과 반도체 설계의 전원부 구성으로 FET와 러시아제 6H30 이중 삼극관(댐핑 링을 장착한)의 영리한 조합을 꿰하였다. 결과는 두 분야의 최고 조합이 맞물려 따스한 진공관 특유의 사운드에 풀 리모컨 조작의 편리함과 직관적인 기능성이 하나가 되었다.
신기한 조합
일단, 이 분리형 앰프는 필연적으로 가장 논리적인 파트너라 하기 어렵다. LS17 프리앰프는 밸런스드 외에 언밸런스드 입출력을 지닌 반면 VS60 파워 앰프는 싱글 엔드 입력만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싱글엔드와 밸런스드의 장단점에 대한 논쟁은 오랫동안 어제 오늘 일이 아니며 썩 만족스러운 답이 제시된 적도 없다. 추가적인 비용과 복잡함에도 불구하고 미국 브랜드들은 밸런스드 연결에 대해 우호적인 자세를 취해왔지만 영국계 업체들은 싱글 엔드 방식을 더 선호한다. VS60에 밸런스드 입력이 없는 것을 보고 놀랐을 뿐, 이 이야기는 어느 한쪽 편을 들겠다는 것이 아니다.
푸시 버튼
외형은 전통적인 오디오 리서치다운 모습이다. 제품보다 큰 전면 패널은 두꺼운 알루미늄 합금이며 철제 섀시는 방열을 위해 환기 구멍이 뚫려있다. 큰 타원형 노브가 중앙 디스플레이 좌우에 배치되어 볼륨과 5개 입력의 셀렉터로 동작한다. 중앙의 푸시 버튼 4개는 파워, 뮤팅, 모니터 그리고 프로세서용 바이패스 기능이다. 전자식 볼륨 컨트롤 또한 잘 만들어져 20 램프 디스플레이로 104 단계 볼륨 스텝이 가능하다. 우리가 보기에 유일하게 빠진 것이라면 모노 스위치와 밸런스 컨트롤 뿐이다.
물론 실제 제품의 동작은 대부분 리모컨으로 가능하며 LS17의 리모컨은 적절한 사용 편의성을 제공한다. 작고 가벼우며 필요한 동작에는 최소한의 버튼만이 사용되도록 했다. 리모컨은 수 많은 버튼에 크고 무거워야 한다고 생각한다면 정확히 리모컨이 어떤 것인지를 알려주는 사례라 할 수 있다.
손쉬운 연결
뒷면의 단자 배열은 2개의 XLR 입력과 출력단이 구비되어 있고 RCA 단자는 7개가 제공된다. 후자 중 일반 스테레오 입력은 3개, 스테레오 모니터와 녹음용이 2개 그리고 AV 프로세서 연결용(볼륨과 게인 회로를 완전히 바이패스하는)이 1개이다. 프리아웃은 3개로 싱글 엔드 1개, XLR이 2개다. 전원 소켓은 13A의 IEC 입력 단자이며 12v 트리거가 나머지를 채운다.
채널당 50w 출력의 VS60 파워 앰프는 더 구성이 단순하다. 전면에 on/off 토글 스위치와 LED가 있고 뒷면에는 싱글 엔드 입력 1개 뿐이다. 3개의 스피커 터미널은 4옴, 8옴의 임피던스 매칭에 맞게 제공되며 바나나 플러그는 사용 불가한 4mm의 스페이드 또는 벗긴 케이블 연결만 가능하다.
4개의 바이어스 테스트 잭은 각 출력관의 동작을 정확히 맞출 수 있게 해주며 12v 트리거 입/출력과 13A의 IEC 전원 소켓이 있다. 진공관과 트랜스포머용 커버는 옵션으로 추가 비용을 내야 한다.
안심 수준의 고가
오디오 리서치의 앰프들은 중저가 기기들이 아니다. 리뷰 제품도 프리앰프와 파워 앰프가 각각 £3,575와 £3,063나 되지만 종종 사치스러운 하이엔드들의 가격과 비교하면 한참이나 저렴한 가격이다.
이 콤보와 같은 가격의 경쟁 제품이나 전작을 준비하지는 못했지만 현재 VSi60 인티 앰프 및 전작인 VSi55과 비교해 볼 수 있었다. 6년 사이에 물가와 파운드화의 가치 그리고 성능의 업그레이드 업그레이드에도 불구하고 55의 £2,895는 60에서 £3,370으로 약 16% 정도 밖에 가격이 오르지 않았다.
미술같은 목소리들
6년 전, 이들의 VSi55가 처음 나왔을 때 아주 좋은 인상을 받았었다. 훌륭한 기능들에 칭찬할 만한 성능이었는데 현재는 VSi60으로 모델 교체가 되었고 이 제품은 LS17/VS60 콤보와 상당히 밀접한 관계가 있다. VSi60은 VS60의 인티 앰프 버전으로 프리 앰프 대신 보다 단순한 패시브 프리가 탑재된 모델이다.
아쉽게도 6년의 세월은 너무 길어서 이 콤보의 전작이라 할 수 있는 인티 앰프와 비교할 기회는 만들 수 없었다. 그리고 또 다른 아쉬움은 이 기기의 최고 음질을 위해서 오디오 리서치가 제시하는 600 시간이라는, 아주 긴 번인 기간을 두고 테스트 할 수 없었다는 점이다.
등골이 오싹한
하지만 충분히 이 앰프의 제 소리라 판단될 만큼의 소리를 들었다고 자부한다. 진공관 앰프는 항상 어려움 없이 순도 높은 중역과 더 비싼 반도체 앰프들보다 훨씬 우수한 사실감을 들려주는데 이 LS17/VS60도 딱 그런 경우에 속한다. 아름다운 보컬의 사실 같은 재현은 퍼셀의 ‘Dido’s Lament’를 부르는 사라 코널리 같은 메조 소프라노가 라디오로 들었음에도 등골이 오싹할 정도였다. 심지어 인터넷으로 같은 곡을 다시 들어도 마찬가지였다!
더 넓은 대역폭이 필요한 록 음악에서는 일부 한계가 나타났다. 이 프리/파워는 오디오 리서치의 최고 프리앰프인 Reference 5 가격의 2/3가 채 되지 않기 때문에 어느 정도의 타협은 있을 수 밖에 없고 그런 한계가 최고역과 최저역에서 나타날 뿐이다. 낮은 저역은 약간 느슨하여 쿵하는 파괴력이나 악기들의 색깔을 구분하는 광채가 나타나는 섬세한 텍스처가 약간 덜하다. 그리고 고역 끝이 아름답게 마무리되긴 해도 약간 다소 억제된 듯하여 아주 중요한 스파크들이 튀는 듯한 색채는 부족하다.
이미징은 섬세하고 공간이 풍부하며 공기 냄새가 잘 살아나서 레퍼런스로 쓴 PMC IB2i로 들었을 때 착색이나 웅웅 거림은 찾아볼 수 없었다. 하지만 포커스는 다소 애매하고 느슨했으며 이는 이 앰프의 음향 특성 전반에 대한 효과적인 방향 지시자 역할은 한다. 즉 달콘하고 투명하지만 에지 주변이 약간 소프트하다는 뜻이다. 전반적인 느낌은 확실히 듣기 편하고 즐거운 앰프라 할 수 있다. 다만 다이내믹한 텐션이나 긴장감은 약간 덜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