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플레이어 CDA 825를 위해 코플랜드는 완전히 백지 상태에서 설계를 시작하여 탑 로딩 메커니즘에 심리음향이 적용된 새 타입의 필터를 장착한 제품으로 새롭게 탄생시켰다. 스타일은 고전적인 스칸디나비아의 쿨하고 모던한 디자인으로 레터링 조차 레이저로 커팅한, 일체의 군더더기가 없는 세련된 모습이다. 여기에 상판의 원형 커버는 내가 본 디자인 중 최고라 할 만하다.
코플랜드는 종종 반도체와 함께 진공관을 혼용하여 하이 퀄리티 기기를 경쟁력 높은 가격으로 내놓는 것으로 유명하다. 그래서 825 플레이어 같은 신제품의 등장은 언제나 우리에게 큰 기대를 갖게 하지만 이런 신제품이 드문 것이 늘 아쉬울 따름이다. 실제로 이들의 마지막 제품은 5년 전, 본지의 어워드를 수상한 다이내믹하고 몰입도 높았던 CDA823이었다.
리메이크, 리모델링
코플랜드는 CDA823을 단지 현대적인 새 섀시에 재포장하지 않았다. 완전 밑바닥부터 다시 설계했다. 그래도 일부 유사성은 있다. 그 중 하나는 트랜스포트의 출력과 DAC 입력 사이에 버퍼링을 한다는 점이다. 대다수 플레이어들은 드라이브에서 컨버터로 바로 직결하지만 코플랜드는 이 둘을 격리시키고 2초의 버퍼를 추가하여 비트스트림의 타이밍 에러와 지터를 제거하고자 했다.
탑 로딩 트랜스포트를 선택한 이유로 매니징 디렉터인 올레 뮬러는 “탑 로딩 CD 플레이어가 가장 섹시하게 보이는 톱 로딩 CD 기기가 되게 하고자 했다” 고 밝혔다. 안성맞춤으로 필립스 CD-Pro2LF는 이에 딱 맞는 메커니즘으로 이런 사양에 맞춰 개발된 모듈이다. 묵직한 황동 베어링 위에서 회전하는 큰 원형 뚜겅 속에 그 모듈을 넣었다. 트랜스포트 메커니즘 자체는 스프링으로 지지되며 이 또한 황동 베어링 위에 설치되었다. 눌러도 움직이지 않는 것은 대단하지만 유순한 면도 있어서 베이에서 공진을 유지하는 데에 도움이 된다.
섀시 자체는 스피커 등에서 발생된 저주파 진동으로부터 플레이어를 완전히 격리하는 데에 최적화 되어 있다. 상판을 두드리면 단단하지 않은데 이는 댐핑 시스템이 고주파 공진에 맞춰지지 않고 고무나 플라스틱 등을 쓰지 않았기 때문이다. 대신 세심하게 고정시켜(상판에 6개의 볼트를 볼 수 있다) 실제 동작에서 들릴 수 있는 공진음 같은 것이 없도록 했다.
CDA825 스펙의 놀라운 점 하나는 칩 업체들이 제공하지 않아서 대다수 플레이어들에 없는 풀 에러 정정을 사용한 점이다. 뮬러는 인터뷰에 좀더 상세히 설명했는데(다음 페이지) 가격적인 문제로 디코더 칩들이 레드북 CD 재생에 필요한 에러 정정의 핵심 일부를 빠뜨리고 있다는 것이다.
D/A 변환에는 울프슨의 고급 사양인 WM8741 24bit/192kHz 칩을 채널당 2개를 썼다. 이 듀얼 디퍼런셜 동작은 밸런스드 출력으로 노이즈를 제거하도록 설계되었다. 이는 하이엔드 디지털 소스에서 꾸준히 사용된 방법으로 XLR로 연결하든 RCA로 연결하든 장점이 있다. 아날로그 출력은 OP 앰프 대신 풀 디스크리트 듀얼 디퍼런셜 구성으로 거의 300개가 넘는 부품들이 투입되었는데 코플랜드에서 종종 보이는 진공관은 없다.
최근 USB 같은 디지털 입력 대응이 추세지만 이들은 아날로그와 디지털 모두 출력만 있는 CD 전용기로 만들었다. 섀시와 디자인과 구성은 멋지지만 이 가격에 플레이어들이 갖춘 PC 연결 기능의 배제는 다소 의아스럽다.
최첨단
테스트 제품은 양산 직전 샘플이라 거의 표기가 없다. 뒷면도 단자만 있을 뿐 아무것도 없다. 산업 디자인 측면에서 보면 최첨단이다. 실버로 된 상판, 하판에 블랙 측면 패널의 샌드위치는 멋진 조합이며 전면 패널도 이보다 더 깨끗한 제품은 찾아 볼 수 없다. 백라이트 심볼로 만든 동작 버튼들도 아주 잘 동작한다. 상판이 약간 덜 견고한 점은 최종 양산 모델이 아닌 이 샘플 만의 약점으로 보이는데 공진 제어를 위한 디자인이긴 해도 사람들은 이 가격이면 아주 좋은 제품의 감각이 느껴지길 바랄 것이다.
디스크를 넣고 빼려면 덮개를 돌려야 하는데 완전히 180도로 돌아간다. 원형 덮개는 아주 우아하게 움직이며 스윙 액션은 섹시하다. 덮개와 케이스 사이의 틈은 다소 벌어진 편이지만 최종 양산품은 2mm 정도라 하니 볼 만할 것이다. 리모컨 또한 아주 멋지고 동작도 편리한데 아직 배지 부착 전이라 평범하게 보이기도 한다. 전면 패널은 합금이고 뒷면은 고무라서 인체공학적이며 잘 손에 잡히는데 이는 더 비싼 리모컨에서도 얻기 힘들다.
가격 대비 가치면에서는 아주 쟁쟁한 경쟁자들이 즐비하며 에소테릭은 그 중 가장 강력한 상대로 X-05는 훨씬 더 비싼 제품처럼 보이고 SACD 까지 재생한다. 네임 CDX2 CD 플레이어는 조금 저렴하지만(£3,325) 네임다운 고급 만듦새와 샘나는 네임의 가치가 더해진다.
절제된 표현
장식을 억제한 디자인과 사운드로 놀라울 정도의 중립성과 신중함을 선사한다. 처음에는 잘 드러나지 않지만 몇가지 트랙을 들어보면 다음 트랙 버튼을 누르기 힘들다. 계속 듣게 만드는 매력이 있다. 몇 곡을 듣고 나서 알게 된 것은 이 기기는 들려주는 것보다 들려주지 않는 것에 큰 힘이 있다. 피아노나 여성 보컬을 들어보면 대다수 디지털 기기에 나타나는 지나친 밝기나 거친 입자가 없다. 이런 현상은 예전에는 없던, 디지털 시스템의 문제점을 제거하도록 고안된 아포다이징 필터와 연관된 것이다. 필터가 무엇이든지 간에 마치 꿈처럼 작동하여 이 플레이어가 수퍼급 투명도의 사운드라는 생각을 멈추고 어떻게 이처럼 호소력이 넘치는가에 푹 빠져들었다. 만약 PMC에서 FACT8이 아닌 다른 스피커를 썼다면 훨씬 더 좋았을 것이다. 그들의 믿기힘든 개방감이 코플랜드의 침착함에서 빛을 발했을테니 말이다.
투명도는 워밍업과 어느 정도 관련이 있다. 2~3시간으로는 부족하고 일주일 정도 지나면 해상도에 일절 문제가 없다. 아주 깨끗하거나 밝은 사운드는 아니지만 전 대역에 걸쳐 경이로운 하모닉 디테일이 살아있어 훨씬 아날로그적인 밸런스를 느끼게 한다. 따뜻하거나 중고역을 부드럽게 갈아 놓지 않았지만 디지털 냄새를 제거하여 실제 작은 벨의 울림도 순수하고 빛나게 울리며 베이스 드럼은 육중하며 힘이 있으고 중역도 제대로 들린다.
토드 구스타프센의 <The Ground> 같은 훌륭한 녹음에서 스피커는 사라지고 뮤지션이나 그들이 연주한 사운드가 방 안에 꽉 채워진다는 뜻이다. 빛나는 심벌즈, 더블 베이스의 나무 냄새나는 울림 그리고 피아노의 스펙타클한 울림과 밀도감을 가져다 준다. 실제로 라이브 연주를 떠올리게 만드는 소리라기 보다는 멋진 녹음임을 실감케 해준다.
대음량
녹음이 덜 스펙타클한 음반도 실망스럽게 재생해주지 않을 정도로 이 기기는 현실같은 리얼리즘을 최고로 내세우지 않지만 녹음에 담긴 것 이상의 다양한 소리를 즐기게 해준다. 아무리 크게 틀어도 앞서 언급한 거친 입자감이 없어서 연주자의 재능이 훨씬 더 매혹적으로 들린다.
코플랜드는 녹음에 담긴 디스토션을 걸러내는 타입이 아니며 이는 음악에서도 마찬가지다. 포르티코 콰르텟의 <Isla>는 숨가쁘지 않았는데 이는 녹음이 사실적이지 못했기 때문이다. 키스 자렛의 최신작 <Testament>는 상당히 만족스러운 피아노의 단단함을 들려주었는데 그가 앉은 무대는 코플랜드의 이례적인 저음의 제어 및 스피드 덕분에 쉽게 눈 앞에 그려질 정도였다.
레가나 네임 처럼 스피트가 뛰어난 기기는 아니지만 저음은 대단히 명료했고 어느 하나 부족함이 없었다. 종종 설득력있는 오디오 기기들에서도 나타나는 초동 음의 불필요한 강조도 없다.
이보다 더 유려하고 개방적인 사운드의 플레이어도 있긴 하지만 코플랜드는 훨씬 더 평탄한 밸런스를 선사하고 낮은 음량에서 보다 짙은 호소력을 들려주었다. 오래 들으면 이런 점들이 플레이어에 더욱 빠져들게 하고 더욱 듣기 즐거운 기기로 만든다. 이는 기계보다 음악을 듣게 하기 때문이다. 2배 비싼 문 750D 만큼 호소력이 있지는 않아도 심금을 울리는 능력은 코플랜드가 더 뛰어나며 특히 베이스 마니아라면 훨씬 푹 빠져들 것이다. 아주 큰 음량에서도 베이스는 무게감과 스릴감 그리고 단단함을 들려준다. 여러분이 베이스 마니아가 아닐 수도 있지만 즐겨 듣는 음반에서 그런 현상을 목격하면 여러분 또한 이 기기로 베이스 듣는 데에 푹 빠지리라 장담한다.
스릴 넘치는 체험
CDA825는 코플랜드의 최상위 플레이어 시리즈다. 전작 보다도 비싸지만 사운드나 디자인은 완전히 가격에 걸맞은 수준이다. 마치 SME 턴테이블 같은 느낌으로 투명도가 최대 장점은 아니지만 녹음에 담긴 모든 사운드를 전부 즐기게 해준다.
또한 앞서도 이야기했듯이 이 기기는 마음으로 음악을 느끼게 해주며 이는 스릴 넘치는 체험이다. 마지막으로 놀라웠던 것은 £18,000나 되는 EMM Lab의 분리형 시스템에 필적했다는 것이다. 당신의 음악 컬렉션을 그에 못지 않게 아름답고 강력하며 스릴 넘치게 들려준다. 이보다 더 좋은 것이 어디 있겠는가.
Q&A
코플랜드의 매니징 디렉터 올레 뮬러에게 새 CD 플레이어에 대해 알아보았다.
HFC: CDA825의 전원부는 트랜스포머에 대한 역변조를 제거했다고 했는데 이것이 가져다 주는 퍼포먼스 상의 장점은 무엇인가?
GF: CDA825 전원부의 정류 소자들은 트랜스포머 쪽에서 보는 전류 허용량, 부하 등이 일정하게 유지되도록 설계되었다. 이런 설계 컨셉 덕분에 개별 전원 정류 소자들은 같은 메인 전원 트랜스포머에서 전기를 만들어내더라도 서로 간섭이 전혀 생기지 않게 된다. 이런 기법의 장점은 개별 전원들이 최적의 동작 환경을 만들어준다. 변조가 없고 연결된 정류 회로에 노이즈 발생률이 상당히 낮다.
일부 에러 정정 시스템은 비용 때문에 모두 사용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고 했는데 823의 경우는 어떠했나?
CDA823에서 이루어진 에러 정정 수준이 어느 정도인지 정확한 정보를 알려줄 수는 없지만 CD 디코딩 칩셋의 역사로 볼 때 당시로서는 혁명적이었다. 초기 칩셋들은 제조상의 한계로 인해 모든 에러 정정 기능이 구현되지 못했다. 2세대, 3세대 칩셋이 나오면서 풀 에러 정정 기능이 구현되어 최고 수준의 에러 정정이 이루어졌다. 요즘은 디스크 생산 품질이 좋아져서 많은 칩셋 업체들이 모든 정정 기능을 사용하지 않는 편이다. 결과적으로 원가 절감을 얻은 셈이다. CDA825에 있는 디코더는 레드북 CD에 필요한 모든 에러 정정 기능이 구현되어 있다.
아포다이징 필터가 사운드에 미치는 영향은 어느 정도 인가?
필터는 음질에 긍정적 효과를 가져왔다. CDA825의 인위적이지 않은, 유기적 음색은 바로 이 때문이다.
동축, USB 같은 디지털 입력을 전혀 넣지 않은 이유라면?
설계는 오로지 CD 재생에 최적화되어 있고 부가적인 기능과 회로 때문에 퀄리티를 떨어뜨리고 싶지 않았다. CDA825는 CD 재생에 최적화하도록 제한시켰다 모든 내부 회로들은 이를 염두에 두고 완성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