웬만한 액세서리도 수백만 원을 호가하는 하이엔드 오디오 업계의 현실 때문에, 완성도
높은 제품을 저렴한 가격에 내 놓았다가 뜻하지 않은 피해를 보는 회사가 나오기도 하는데, 디지털 앤
아날로그(D&A)는 그런 선입견에 꿋꿋하게 정면으로 맞서고 있는 회사이다. 현재의 라인업에 프리앰프가 없는 것이 아쉬운 대목이지만, 지금까지 D&A에서 내 놓은 모노 블록 파워 앰프인 캘릭스 500, 그리고
인티그레이티드 모델인 캘릭스 인티그레이티드 등은 디자인으로 보나, 음향의 완성도로 보나 가격을 그리
높이지 않고도 동급 최고의 경쟁력을 갖춘 앰프를 얼마든지 만들 수 있다는 것을 입증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소형 액티브 스피커인 캘릭스 AL은 본격 PC 오디오 시장에 대한 D&A의 야심을 담은 도전장이라고 할 수 있다. 비록 40만 원대 초반이라는 저렴한 가격표를 달고 있지만, 기능성과 음향의
완성도, 그 어느 쪽도 그리 만만히 볼 수 없는 경쟁력을 갖춘 스피커가 바로 캘릭스 AL이기 때문이다. 우선 기능성에 초점을 맞추어 보면, 캘릭스 AL은 1/8in 스테레오
미니잭을 포함한 아날로그 입력 2계통, 아이팟 충전용 USB 단자(타입 A)와
서브우퍼 연결을 위한 출력 단자를 구비하여 PC 오디오 애호가들이 제기할 수 있는 다양한 요구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있으며, 음향에 초점을 맞추어 보면, 상위 모델인
캘릭스 500, 인티그레이티드 등이 추구하고 있는 시원스러운 음향을 보급형 액티브 스피커로 구현하고자
하는 강력한 의지를 보여 주고 있다.
이번 시청에서 이런 면모를 확인하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았다. 상위
모델들과 함께 블라인드 테스트를 해도 좋을 정도로 캘릭스 특유의 적극적인 발성과 시원스럽고 음향을 연출하는 모습이 캘릭스 AL에서 살아나고 있었기 때문이다. 특히 클래스 AB 증폭 방식으로 채널당 30와트의 출력을 이끌어 내는 내장 스테레오
앰프는 12밀리미터 두께의 MDG 캐비닛(배플은 15mm)에 장착되어 있는
25mm 구경의 실크 돔 트위터와 5in의 케블라 우퍼에서 PC 오디오 재생 환경을 충분히 소화하고도 남을 만한 구동력과 다이내믹 레인지를 갖춘 모습을 이번 시청에서 보여
주었다. 이렇게 보면, 캘릭스 AL은 적극적인 발성, 투명한 공간감, 명도가 높은 음색, 강력함과 사뿐함을 아우르는 저역 등을 시원스럽게
통합하는 캘릭스 사운드를 선호하는 애호가를 위한 스피커라고 하면 좋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