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한 달에 한 번씩 빠지지 않고 지나가는 월례 행사가 생겼다. MC Lab에서 내놓은 Soliton 케이블의 리뷰가 그것이다. 숨가쁘게 등장하는 Soliton 케이블들은 어느 하나 만만한 것이 없다. 맛보기로 풀어준 점퍼 케이블을 비롯하여 이제는 스피커 케이블, 인터커넥트, 전원 케이블 등 나올 만한 것은 다 나왔고 대부분이 수 백만원 급의 하이엔드다. 이 달의 월례 행사 모델인 Soliton SPS12 전원 케이블 역시 마찬가지다. 얼마전 리뷰했던 CPS12의 상급 모델로 구리와 은의 소재 차이가 있을 뿐이다.
개인적으로 느끼는 케이블의 음질 변화의 순서를 꼽는다면 전원, 스피커, 인터커넥트의 순이다. 개개인마다 그 순서는 다르겠지만 경험해 본 사람이라면 전원 케이블이 만들어내는 급격한 음질의 차이는 상당하며 또한 오디오파일들에게는 매혹적인 기기가 된다. 전원 케이블의 변화를 경험한 사람으로서 현재 대부분의 전기줄은 모두 오디오 전용 전원 케이블로 교체된 상태다. 현재 사용중인 선재는 어쿠스틱 리바이브와 오야이데의 선재이며 단자는 오야이데의 팔라듐 소재다. 이 정도만으로도 만족하며 사용중인 상황에서 Soliton SPS12의 테스트는 상당한 기대감을 불러일으켰다. 5~6배에 달하는 금액 차이가 들려주는 음질의 변화가 어떨지 궁금했다. 동과 은이라는 소재의 차이, 그리고 막결정(?)과 단결정의 차이, 팔라듐 단자와 단결정 은 단자의 차이가 어떨지 기대가 되었다.
테스트에 앞서 간단히 제품 브리핑을 하자면 SPS12는 은선을 사용한 제품으로 전기를 전달하는 2개의 내부 선재는 단심선으로 0.5×2mm, 18AWG의 네모난 단결정 은 금속판재다. 접지선은 이와 다른 자사의 또 다른 선재를 사용했다. 기기, 콘센트와 연결되는 플러그 또한 선재와 동일한 은으로 된 단결정 금속 핀이며 특수한 표면 광택 연마를 통해 산화나 벗겨짐이 없도록 처리했다. 물론 이런 연마 과정이 단결정 구조에 영향을 끼치지는 않는다고 한다. 케이블을 제외한 피복은 다중 차폐와 외장 확장 튜브를 사용했으며 진동과 디자인을 고려한 알루타이 금속 케이스를 장착했다.
사운드 퀄리티
테스트는 마크레빈슨 No.32 프리앰프에 연결하여 비교해보았다. 파워앰프는 동사의 No.33H, 스피커는 펜오디오의 Serenade. SPS12의 사운드는 상당히 직관적이며 거침이 없다. 은 소재에 대한 기대나 예측이 아니더라도 이미 단결정 선재가 주는 높은 투명도와 명료도는 오래 듣지 않아도 금방 알 수 있다. 확실히 기존의 팔라듐과 동선의 구성과는 차원이 다른 등급의 사운드를 제시한다.
가장 큰 차이는 역시 디테일과 해상력 그리고 높은 정보량에서 오는 하모닉스와 앰비언스의 향상이다. 한층 개방적이고 더 찰랑찰랑한 음으로 훨씬 풋워크가 좋아진 느낌이 든다. 저음은 한층 단단해지고 훨씬 스피디한 느낌이다. 레퍼런스 레코딩의 HRx로 나온 라흐마니노프 음반이나 얼마전 세상을 뜬 마이클 잭슨의 베스트 앨범 등 어느 음반을 들어도 이런 음의 변화는 그대로 나타난다.
또 하나의 특징은 이 케이블의 성향은 다분히 모니터적이라는 점이다. 음색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라 성능에 대한 부분이 그렇다는 것이다. SPS12 뿐만 아니라 Soliton 시리즈 대부분이 이런 성향을 띠는데 케이블에 의한 착색이 거의 없다. 오히려 모든 것을 걷어낸 듯한, 어떤 면에서는 다소 귀기 시릴 정도로 완전히 벗겨낸 듯한 높은 선예도랄까 직선성이 강한 사운드는 연결된 기기의 음색을 100% 보여주는, 말 그대로 스트레이트 와이어에 가깝다. 따라서 좋은 제품에서는 그 성능이 빛을 발하지만 다소 무언가 꼬여있는 시스템에서는 오히려 나쁜 제품의 경우 문제점을 그대로 노출시켜 사운드의 단점이 더 자극적으로 나타날 수도 있다.
Soliton 브랜드의 전원 케이블로는 거의 최상위 등급에 해당하는 SPS12는 분명 뛰어난 퍼포먼스를 지닌 파워 케이블이다. 게다가 시스템 전체 가격의 10~20%를 차지하는 케이블 예산을 본다면 분명 하이엔더들을 위한 제품이다. 200 만원이 넘는 케이블에 추천이란 말을 쓰긴 어렵지만 성능 만큼은 믿어도 좋다. 이와 유사한 퍼포먼스를 좀더 경제적으로 즐길 수 있는 쥬니어 버전이 등장한다면 정말 좋을 것이다. HFC - 성연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