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텍은 오랫동안 오디오파일들에게 신뢰 받는 케이블 회사다. 회사 이름처럼 선재로 은을 사용하는 것으로도 잘 알려져 있다. 케이블 메이커에 따라서 은선과 동선을 사용하는 업체로 구분할 수 있다. 실텍에서는 동선이 시간이 지나감에 따라 산화되므로 성능이 떨어진다고 주장한다. 그리고 케이블마다 각자의 고유한 사운드 특성이 있게 마련인데, 실텍의 경우엔 어느 브랜드의 케이블보다도 더 음악적이고 부드러운 소리를 지향하는 브랜드가 아닌가 싶다.
실텍에서 창립 25주년을 맞이하여 새롭게 디자인한 뉴 클래식 애니버서리 시리즈를 출시했다. 뉴 클래식 시리즈는 이전의 클래식 시리즈를 대체한다. 이외에 MXT 프로페셔널 시리즈와 로얄 시그너처 시리즈도 있다. 잘 알려져 있듯이 클래식이란 말에는 일류라는 의미도 있다.
실텍에 따르면 새로운 클래식 시리즈는 최신의 기술을 모두 사용해서 가격 대 성능비가 높은 제품으로 만들었다는 설명이다. 그리고 케이블 선재로는 실텍의 G7 실버-골드 컨덕터를 적용했다. 실텍에서 순 은선보다는 금과 은을 혼합하여 선재를 만들기 시작한 것도 꽤 여러 해 전의 일이 되었다. 은이나 동선은 결정 구조를 지니고 있는데, 결정 사이의 공간이 전기 전도에 방해가 된다고 한다. 그래서 여기에 금을 주입함으로써 공간을 채우고 전기적으로나 기계적으로 우수한 케이블이 된다는 것이 실텍의 주장이다. 새로운 G7 컨덕터로 만든 케이블은 청감상의 디스토션이 없고 조용하다.
구체적으로 클래식시리즈 케이블은 킴버가 지금껏 만든 케이블 중에 가장 조용한 케이블이라고 한다. 실텍의 연구 결과로는 새로운 클래식 시리즈 케이블이 가장 비싸고 성능이 좋은 경쟁 제품보다도 10000배나 더 조용하다는 것이다. 게다가 굵기가 그다지 두껍지 않고 연결이 쉽도록 유연하다는 것도 클래식 시리즈의 장점이 되겠다.
새로운 클래식 시리즈는 가격대가 다른 다양한 모델들로 구성된다. 제조사 홈페이지를 보면 우선 인터커넥트로 220i, 330i, 550i, 770i 네 가지, 그리고 스피커 케이블로 220L, 330L, 550L, 770L의 네 가지가 있다.
가장 저렴한 220i/220L 모델의 경우엔 오디오파일이라면 한 번쯤 구매할 수 있을 정도로 저렴하다. 그런데 이 제품에는 G6 실버-골드를 사용하며 절연재로도 기존 케이블의 재질인 PEEK 폴리머를 사용한다. 그래서 진정한 뉴 클래식 시리즈 케이블은 사실상 330i/330L 부터라고 할 만하다. 330에서 550, 770 시리즈의 케이블들은 G7 컨덕터를 채택했고, 새로운 EPTFE Polyimide Air FEP E-Silicon을 절연재로 사용한다. 선재의 구성은 이전의 클래식 MkII 시리즈부터 사용되어온 듀얼 밸런스드 코액셜 방식이다. XLR단자로는 Neutrik을 사용하며, RCA 단자는 실텍의 오리지널 단자다. RCA는 마치 WBT의 단자처럼 바깥 부분을 돌려서 접촉을 확실하게 할 수 있는 형태다. 그 밖에도 파이어와이어, HDMI, 전원코드도 있다.
인터커넥트 770i는 국내에서 판매 가격이 300만원대로 최상급에 해당하는 제품이라 하겠다. 물론훨씬 더 비싼 제품들도 시장에 나와 있지만, 실텍에서는 성능에 양보하지 않았다고 주장한다. 일반적으로 고급 오디오 케이블들은 단자와 선재를 솔더링하지 않는다. 실텍의 경우엔 솔더링이 금속과 금속을 완벽하게 접촉할 수 있는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접촉을 확실히 하기 위해서 솔더링을 하기 전에 접촉면에 압력을 가해서 밀착되도록 한다.
770i 인터커넥트 케이블 시청을 위해서는 에어 K-5xe와 매킨토시 C2300 프리앰프 사이에 연결했다. 이전에 실텍의 클래식 시리즈도 그러했지만, 전반적으로 실텍 케이블들은 전반적으로 소리를 부드럽고 풍부하게 내주는 편이었다. 이번에 들어본 770i 인터커넥트는 감탄할 만큼 소리를 투명하고 깨끗하게 만들어준다. 원래 투명한 음색은 은선의 트레이드 마크라고 할 만하다. 다른 브랜드의 은선들도 역시 그런 점에서는 같은 평판을 듣고 있다. 그렇지만 많은 사람들이 은선의 장점을 인식하면서도 고역 쪽에 치우친 밸런스가 된다고 느끼는 경우도 많다. 그 때문에 은선에 대해서 산만하게 들리거나 거친 느낌으로 받아들이는 경우가 있다. 이에 비해 실텍의 770i 인터커넥트는 소리결이 아주 매끄러워서 귀가 까다로운 사용자도 불평할 여지를 두지 않는다.
바이올린 같은 현악기나 플루트 같은 목관 악기의 소리를 들어보면 마치 실크처럼 아주 고운 질감의 아주 매끈한 소리가 만들어진다. 그리고 그냥 기본음만 들려주는 것이 아니라 풍부한 하모닉스가 함께 동반된다. 연주 중간의 잡음이나 잔향 같은 작은 소리까지 자세하게 들려주며, 어느 한 구석에 소리가 여위거나 빠지지 않은 점도 대단히 마음에 든다. 거듭 감탄하지만 소리의 텍스처가 대단히 좋다. 제작사에서 자신 있게 이야기한 것처럼 소리의 배경도 정말 조용하다. 이전에도 배경이 조용하다, 잡음이 적다고 이야기되는 케이블들이 있었지만, 그보다 한 참 위의 성능을 지니는 것 같다. 그래서 소리가 나오지 않을 때에는 마치 공간이 크고 고요한 연주회장의 느낌이라고 할까. 어떤 다른 케이블에서 받지 못했던 아주 독특한 분위기의 느낌을 받게 된다.
소프라노나 테너의 목소리를 들어보면 아주 또렷하고 선명하지만, 보컬에서의 테크닉과 감성이 섬세하게 담겨 있다. 이 케이블의 품위 있는 음색은 클래식 음악에 더 잘 어울리지만, 재즈나 팝음악을 감상하더라도 그 만큼 더 디테일하고 밀도감 있는 소리를 들을 수 있다. 가격대가 근접하는 다른 톱 브랜드의 은선과 비교하더라도 770i 인터커넥트는 성능 면에서 우위에 있다는 결론을 얻었다. 이 정도 수준에서는 케이블 자체의 완성도보다는 그에 연결되는 시스템과의 매칭이 더 중요하다. 770i 인터커넥트는 어느 정도 시스템의 성능 전체를 끌어올리는 느낌을 받았다. 시청 결과에서 충분히 납득할 만한 가격표를 달고 있다고 생각했지만, 그래도 구입 전에 먼저 테스트해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들어보진 못했지만, 한편으로 같은 기술을 적용한 550i나 330i가 편안한 선택이 될 것 같다. 케이블을 업그레이드할 분들은 반드시 실텍의 클래식 애니버서리 케이블을 살펴보시기 바란다. HFC - 박우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