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수히 많은 오디오 제작사 중, 그 이름만으로도 신뢰감을 주는 회사는 그리 많지 않다. 앰프 제작사 중에는 Krell Audio Industries(이하 크렐)가 그 중 하나라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 사대주의라고 치부할 수도 있겠지만, 마치 처음 보는 과자 봉지에 제 3세계 언어가 아닌 영어가 적혀 있을 때에 느끼는 신뢰감이라고 할까나. 하지만 너무나도 아쉽게도 이러한 크렐이 출시하는 거의 모든 작품들은 레퍼런스급의 고가형 제품들이 대부분이라 일반 오디오 애호가가 접근하기는 결코 녹록하지 않다. 하지만 아는 만큼 들린다고 하였던가, 자신들의 아름다운 소리를 보다 많은 사람들을 대상으로 중독 시키기 위해서는 보다 손 쉬운 접근 방식이 필요했다. 그리하여 크렐 입장에서의 입문기(일반인은 이해 하기 힘들겠지만)인 인티그레이티드 앰프가 등장했다. 그들의 전략은 기가 막히게 먹혀 들어 일단 인티 앰프로 맛을 본 애호가들은 어느덧 마음속의 구매 리스트로 크렐의 분리형 앰프를 생각하지 않은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얼마 전, 실질적 주력 기종인 FPB를 단종하고 새롭게 에볼루션 시리즈로 플래그십 부터 주력 기종까지 새롭게 진화를 마친 크렐은 공전의 히트작인 KAV 인티그레이티드 앰프시리즈를 과감하게 라인 업에서 퇴출 후, 에볼루션의 노우-하우를 고스란히 전수하여 새로운 인티그레이티드 앰프인 S-300i를 출시 하였다.
S-300i 특징
언제나 그렇듯이 크렐 신제품의 변화는 단지 외관, 출력, 음색튜닝으로 끝이 아니다. 대표적인 에볼루션 시리즈의 변화는 새로운 캐스코드(cascade) 회로망 설계 기법이다. 캐스코드는 앰프 회로의 출력단과 같은 게인 스테이지에서 증폭 시의 왜곡율을 줄이기 위해 증폭 소자들을 이중, 삼중 또는 그 이상으로 추가하여 설계하는 방법이다. 얻어 낼 수 있는 결과는 두 가지 인데, 하나는 기존 앰프들을 뛰어넘는 광대한 파워의 제공이다. 인티그레이티드 앰프임에도 불구하고 8옴 부하에서 채널당 150w, 4옴 부하에서 300w의 대출력을 자랑한다. 다른 하나는 이런 거대한 출력과 동시에 기존 앰프들보다 훨씬 낮춰진 극도로 낮은 왜곡율을 이끌어 낼 수 있었던 것이다. 또한 크렐의 심볼과도 같은 CAST의 최신 버전을 적용하였다. 보통 파워앰프는 전압 모드의 게인이 주어지는 입력단과 프리 드라이버단, 그리고 전류 모드로 작동하는 드라이버 및 출력단으로 구성된다. 어떠한 솔리드 스테이트 출력 소자를 사용하던지 간에 이 같은 전압 증폭단과 전류 증폭단의 분리는 필연적이다. 따라서 증폭 과정에 있어 전압 모드에서 전류 모드로의 변환은 필수가 되는데 아쉽게도 상호 상이한 모드 사이의 변환 과정에서는 손실이라는 문제가 발생하게 된다. 기존의 증폭 기술은 전압 모드와 전류 모드가 만나는 변환 과정에서 어떠한 타협점을 찾게 된다. 여기서 음악적인 세부정보나 세밀한 신호의 표현 정보를 상실(!)하게 된다. 크렐의 창립자이자 현 수장인 D’iagstino는 이 점을 주목하여 입력 초단으로부터 최종 출력단에 이르는 전 증폭단에 걸쳐서 일체의 상호 변환 과정 없이 전류 모드로 동작하는 Current Mode Gain을 개발하여 FBP C시리즈에 탑재하여 호평을 받는다. S-300i는 기존 FBP C 시리즈에 적용되었던 위의 최신 테크놀로지를 더욱 다듬고 완성도를 높인 에볼루션급 커런트 모드 회로를 적용하였다. 또한 입력부터 출력까지 완전한 밸런스 회로로 설계하였으며 언제나 그렇듯이 어마어마한 750VA 트랜스 포머와 38,000μF 캐패시터의 든실한 전원부로 어지간한 스피커를 드라이빙 할 수 있는 기초토대를 닦아 놓았다. 또한 부가기능으로 Theater pass-through 모드를 갖추어 서라운드 프로세서와의 연결의 편의성을 도모하는 세심함도 잊지 않았다.
외관은 에볼루션 시리즈와 통일성을 가져 예전 크렐의 앰프들의 우직함과는 달리 스타일리시한 느낌을 준다. 전면 LCD창은 시인성을 배려하여 글자 폰트를 큼직하게 하여 돋보기를 쓰고 앰프 앞에 까지 가서 레벨 및 입력을 확인해야 하는 잔 노동을 덜어 준다. 중앙에 위치한 알루미늄으로 만든 멋진 대형 볼륨은 마치 Ayre의 상급 앰프들의 그것과 같이 볼륨을 줄이거나 높일 때 한 레벨씩 절도 있게 동작하여 음량을 세심하게 조절할 수 있다. 입력은 언밸런스 입력 3개, 밸런스 입력 1개, iPod 입력 1개가 장착되어 있는데 가장 크게 주목할 점은 ‘iPod 입력’이다. 바야 흘러 PC-Fi를 위한 USB TYPE의 DAC가 물밀듯이 쏟아져 나오고, iPod (외국이라면 iPhone까지) 없는 젊은 세대는 상상할 수도 없는 시대가 되었다. 물론 PC와 DAC를 이용한 무 손실 파일의 연주와 mp3플레이어를 통한 mp3파일의 음질적인 차이는 있겠지만 더욱 더 편리하고 합법(?)적으로 구입이 가능한 후자를 위한 크렐의 배려는 뛰어난 선택이다. 더군다나 알루미늄을 절삭 가공한 초고급판 리모컨으로 iPod의 제어도 가능하니 고집스레 CD만 구매하던 오디오파일들은 심각하게 mp3와의 병행을 고려할 때가 아닌가 싶다.
사운드 퀄리티
S-300i는 스피커를 제압하는 저음이나 고음의 확장성 및 음악적 표현력에서 충분히 납득할 수 있는 멋진 인티그레이티드 앰프이다. 음의 성향은 매우 중립적이며, 밝기도 수준급이고 투명성도 매우 좋다. 크렐다운 다이내믹함과 능동적으로 음악을 드라이브 하여 당당함이 느껴지며, 클래식에서의 오케스트라 총주뿐 아니라 팝 이나 재즈의 연주도 훌륭하다. 생상의 오르간 교환곡은 특유의 장중한 울림을 연주해 내기 위해서 어지간한 저음 구동 능력 없이는 제대로 표현하기 어려운 곡이지만 S-300i는 납득할 만한 수준의 연주를 그려낸다. 보다 넓고 큰 사운드 스테이지와 뒷배경의 정숙함으로 투명하고 깊은 무대를 제공한다. 구스타프 말러의 교환곡 5번에서의 서정성도 충분히 이끌어 내며 차이코프스키 피아노 협주곡 제1번에서의 힘있는 피아노 타격감도 제대로 표현한다. 크렐의 장기였던 드라이빙 능력은 물론이고 현대적인 감각과 광대역화를 실현한 결과이다.
결론
크렐의 S-300i는 동 가격대에서는 힘 있는 드라이빙 능력, 넓은 대역폭 및 어느 특정대역에 치우치지 않은 평탄한 대역밸런스를 가진 뛰어난 인티그레이티드 앰프이다. 게다가 iPod 인터페이스란 훌륭한 선물도 준비하였다. 하물며 카 오디오도 mp3플레이어 접속을 위한 Aux 단자 장착이 오래 되었는데, 여타의 하이파이 제작사와는 다르게 발 빠르게 대응하는 크렐이 고맙다. 킴버 케이블과 같이 크렐의 모든 제품은 보여지는 모습뿐만 아니라 음악적인 벡터의 방향이 항상 일관적이다. 고급 분리형 앰프를 뛰어 넘는 소리는 아니지만 동 가격대의 인티그레이티드 앰프의 퍼포먼스와 패키징 보다는 빼어나다. 크렐의 소리를 좋아하시는 분이라면 필청 리스트에 올려야 한다. HFC - 최윤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