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파이 업계에서는 Medea와 Jason 으로 알려진 바이스지만 본래 이들은 시작은 1984년 시작된 녹음 및 마스터링용 디지털 컨버터가 시초다. 스튜더에서 엔지니어로 재직했던 대니얼 바이스는 직접 회사를 차려 녹음 관련 프로페셔널 오디오 개발에 뛰어들었다. 스위스의 프로페셔널 전문 업체인 바이스는 이후 2001년에 이르러 첫 컨슈머 오디오인 Medea DAC를 내놓았고 이후 Jason 트랜스포트와 Castor 파워 앰프를 거쳐 2007년에 이 Minerva를 내놓은 것이다. 바이스의 4번째 민수용 제품인 이 기기는 고가의 하이엔드 DAC, Medea의 뒤를 잇는 제품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상급기와 달리 이 작은 크기의 DAC는 훨씬 더 미래지향적인 기술 사양과 재능으로 동생이라기 보다는 차별화된 새로운 제품이다. 그것은 바로 1394, Firewire 인터페이스로 대변되는 컴퓨터와의 연결 때문이다.
Computer Connection
이미 지면을 통해 PC 오디오, 뮤직 서버 같은 단어는 많이 들어봤을 것이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이런 단어들은 MP3와 동급인 음악 파일 재생이었기 때문에 하이파이에서는 철저히 외면당했다. 하지만 그런 시절을 이미 지나갔다. 만약 당신이 수천만원 대의 초하이엔드 SACD/CD 플레이어와 DAC 컨버터 같은 것을 쓰고 있더라도 이제는 뮤직 서버와 PC 오디오에 대해 눈길을 돌려서는 안된다. 사실상 차세대 오디오는 SACD나 DVD-Audio가 아닌 PC가 그 자리를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미 Refernce Recording은 SACD 대신 SACD 보다도 월등하게 데이터가 많은 HRx 라는 녹음 마스터 원본을 판매하고 있으며 Linn 이나 Chandos 같은 음반 업체가 직접 SACD급 파일을 인터넷에서 직판하고 있다. 이제 PC 오디오나 뮤직 서버는 호기심이나 선택이 아니라 필수 하이파이 소스로 자리를 넓히고 있는 셈이다. 비단 차세대 오디오 뿐만 아니라 CD 또한 예전 같은 MP3가 아닌, CD 원본의 WAV 파일 및 이를 무손실로 압축한(즉, 원본과 100% 동일한) Flac, APE 같은 파일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따라서, 방대한 CD 라이브러리도 그대로 하드 디스크 속으로 원본 그대로 저장하는 시대가 된 것이다.
하지만 이들의 문제는 CD를 훌쩍 뛰어넘는 이런 고해상도 소스를 컴퓨터에서 어떻게 하이파이 퀄리티로 뽑아내느냐 하는 것이다. 결국 업계는 USB와 Firewire 인터페이스에서 그 대답을 찾고 있다. USB는 최근 대다수 하이파이 업체들이 DAC 제작에 사용하고 있으며 Firewire는 하이파이 이전에 프로페셔널 오디오에서 오래전부터 애용해왔다. Ayre나 Chord 에서는 USB를 사용한 하이엔드급 DAC를 내놓았으며 Linn과 Naim은 아예 재생까지 되는 전용 플레이어이자 DAC를 판매하고 있다. 이외에도 여러 하이파이 업체들이 속속 이런 류의 PC 연결 가능한 DAC와 플레이어를 준비하고 있다.
USB vs Firewire
그렇다면 어떤 방식이 더 좋을까? Minerva의 제작자인 대니얼 바이스는 Firewire의 우수성을 강조한다. 통상 USB는 연결되는 기기의 개수에 따라 USB 호스트(대개는 PC가 호스트가 된다)가 USB 기기들에게 데이터 전송 대역을 할당하여 전송량을 조절하므로 USB 연결 기기들의 개수와 USB 전송을 사용중인 상태에 따라 전송량과 전송 상태가 달라진다. 하지만 Firewire에는 호스트의 개념이 없다. Firewire 기기들끼리 직접 버스를 형성하여 데이터를 전송하므로 연결된 기기 이외의 다른 기기의 연결에도 전송 대역이나 전송 상태에 영향을 받지 않는다. 따라서, 호스트에 종속되어 상태가 변동되는 USB 보다는 상호 독립적인 연결의 Firewire가 더 우수하다는 것이다. 물론 USB도 Isochronous 방식의 전송이 가능하므로 좀더 세부적인 논의의 여지는 있지만 Firewire 방식이 우수한 것은 사실이다.
JET PLL
하지만 Firewire냐 USB냐 보다 더 중요한 것은 어떻게 이를 재생하는가 하는 것이다. 기존 동축이나 광 또는 AES/EBU 같은 디지털 커넥션들은 그대로 데이터를 흘려보내는 스트리밍 방식이다. 이에 반해 USB나 Firewire는 Lan에서 데이터를 주고 받는 것과 같은 패킷 방식이라서 신호를 주고 받는 시간보다는 데이터가 완벽하게 수신되었는지만 중요하게 여긴다. PC 방식의 하이파이에서 가장 큰 문제가 바로 이점이다. 데이터를 받은 시간축 정보를 중요하게 여기지 않는 구조이기 때문에 디지털 오디오의 최대 약점이 되는 지터가 하이파이 기기들에 비해 엄청나게 많다.
바이스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Minerva에 JET PLL 이라는 기술을 썼다. 상급기인 Medea에서도 사용한 더블 PLL 구조를 적용한 것인데 세부적인 기술적 차이는 있다고 한다. JET PLL은 패킷 단위로 받은 데이터들에 대해 클럭을 디지털 방식의 PLL을 사용하고 뒷단에 다시 아날로그 PLL을 적용하여 두번에 걸쳐 지터를 억압시키는 방식으로 지터 제거를 취한다고 한다. 이 기술을 통해 SPDIF 같은 스트리밍이 아닌 패킷 전송의 Firewire 연결에서도 SPDIF 를 능가하는 지터 스펙을 이끌어냈다는 것이 바이스의 설명이다.
디자인
그럼 Minerva에 대해 좀더 자세히 들여다보자. 먼저 내부를 보면 크게 3가지 영역으로 나뉘는데 전면 패널쪽에 토로이덜 트랜스포머가 있고 기기 우측에 전원 정류 회로가 디지털과 아날로그 별로 나누어 전원을 공급한다. 중앙에는 외부 디지털 오디오 신호의 인터페이스 부분으로 TI의 칩들로 이루어져 있다. 이들은 Firewire를 통한 데이터의 입출력을 처리할 뿐만 아니라 광, 동축 그리고 AES/EBU 디지털 입출력을 담당한다.
가장 중요한 DAC 및 아날로그 회로는 왼편에 있는데 소형 SMD 부품들로 아주 작고 빼곡하게 설계되었다. 버브라운의 PCM1792 DAC 뒤를 I-V 컨버터, 아날로그 필터 그리고 버퍼가 순차적으로 설계되었으며 DAC 이후로는 모두 풀 밸런스드 설계로 이루어져있다.
이렇게 작게 설계한 이유는 신호 경로의 최단 거리를 유지하고 이를 통해 최저 출력 임피던스를 완성하기 위함이라고 한다.
DDC 그리고 디지털 프리앰프
가장 기본이 되는 DAC 기능으로 광, 동축, AES/EBU와 함께 Firewire 연결을 제공하여 디지털 오디오를 언밸런스 및 밸런스드 출력의 아날로그로 뽑아내준다. Minerva의 특별함이라면 Firewire 연결시 최대 192kHz/32bit의 데이터 전송이 가능하다는 점이다. USB는 48kHz/16bit가 한계라는 점을 고려하면 상당한 강점이 된다.
디지털 출력 기능을 제공하므로 동축이나 AES/EBU 출력을 지원한다. 즉, PC의 디지털 오디오를 패킷 방식에서 동축, AES/EBU 등의 SPDIF의 스트리밍 방식으로 변환 출력해주는 DDC(Digital-to-Digital Converter) 기능까지 지닌 셈이다. 실제로 바이스는 Minerva에서 DAC 회로만 제외하고 나머지는 똑같은, DDC 기능만 갖춘 Vesta라는 기기도 판매한다.
또 다른 특징은 직결 가능한 볼륨 컨트롤의 지원이다. Minerva는 0.5dB 스텝으로 120dB까지 가능한 디지털 볼륨을 내장했다. 디지털 볼륨은 오리지널 오디오 데이터는 건드리지 않고 별도의 부가 비트로 처리하므로 음의 열화는 걱정할 필요 없다. 또한 아날로그 출력에는 게인을 크게 4단계로 조정할 수 있는 노브를 뒷면에 제공하여 드라이버로 노브를 돌려 자신의 기기에 맞는 출력 레벨을 정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외부 디지털 EQ 등의 연동 조작도 가능하다. 즉, PC나 다른 디지털 소스에서 받은 신호를 룸 어쿠스틱 EQ 같은 외부 EQ로 보내 처리한 뒤 다시 이를 Minerva가 입력 받아 DAC가 가능하게 되어 있다.
셋업을 위해서는 바이스에서 제공하는 전용 드라이버를 깔아주어야 한다.
사운드 퀄리티
비교에는 마란츠 SA-14와 어큐페이즈 DP-100, DC-101 SACD 시스템을 사용했다. 앰프는 마크 레빈슨 No.32 프리앰프, No.33HL 파워 앰프.
먼저 하이파이 DAC 성능을 위해 마란츠와 어큐페이즈를 트랜스포트로 연결했다. 하이파이 DAC로서 깨끗하고 정갈하며 약간 쿨한 성향의 음으로 객관적이며 군더더기 없는 깔끔함을 자랑한다. Medea의 음과는 방향이나 차원이 각각 다르지만 하이파이적 퀄리티로도 상당히 높은 수준의 사운드인데 특징이라면 프로 장비 다운 객관성이 좀더 앞선다는 것이다. 즉, 유연하거나 부드럽고 따뜻하다거나 차갑다는 등의 컬러링이 많지 않다. 스테이지는 넓고 투명하고 입체적이다. 디테일도 새김이 깊고 거칠거나 자극적인 입자도 별로 없다. 마란츠는 비교 대상이라 보기 어렵고 어큐페이즈와 비교하면 어큐페이즈가 좀더 선예도가 높은 반면 Minerva는 좀더 밸런스가 유연한 느낌이다. 그외의 나머지 부분에서는 질적인 차이는 거의 없다.
중요한 것은 PC의 재생음. 연결은 1394로 했고 윈도우 XP에서 플레이어는 foobar를 선택했다. 출력은 윈도우의 음질 열화를 피하기 위해 Direct Sound가 아닌 Kernel Stream과 Asio4All을 출력으로 설정하여 윈도우 자체의 믹서 및 볼륨 컨트롤을 바이패스 시켰다. 같은 CD를 마란츠, 어큐페이즈에서 재생한 음과 PC에서 립핑한 flac 파일을 들었다. 플레이어의 음과 PC의 1394를 통한 음의 차이는 아주 미묘한 차이가 있긴 했지만 이 정도 퀄리티면 PC가 마란츠나 어큐페이즈와 1:1로 겨뤄도 손색이 없는 완벽한 하이파이 소스라 할 수 있다. 해상도, 스테이지, 투명도 모든 면에서 SACD/CD플레이어와 별반 차이가 없었다. 지난 달 리뷰했던 플레이백 디자인스의 USB 음이 그랬듯이 PC를 이제는 완벽한 하이파이 소스로 선택해도 될 것이다.
USB 방식의 기기와 차별화되는 Minerva의 특징이라면 역시 고해상도 출력이 가능하다는 것. 48kHz/16bit 한계의 USB와 달리 이 DAC는 최대 192kHz/24bit 연결이 지원된다. 따라서 foobar에서 업샘플링 플러그인을 설치하여 CD를 176.4kHz/24bit로 재생했다. 확실히 CD 재생과는 다른 좀더 풍부하며 밀도감이 느껴지는 새로운 음을 들려주기 시작한다. 게다가 PC의 장점인 소프트웨어의 변경이 가능하여 foobar에서 사용 가능한 여러가지 업샘플링 알고리듬을 적용하여 원하는 사양의 처리를 골라 즐길 수 있다. dcs의 퍼셀 같은 업샘플러를 여러 회사 제품을 마음대로 쓸 수 있는 셈이다.
176.4kHz/24bit 파일인 Reference recording의 HRx는 테스트 못했지만 96kHz/24bit로 릴리즈된 Linn의 일부 녹음을 들어본 결과 이런 고해상도 파일 재생에서는 확실히 CD를 뛰어넘는, SACD와 같은 수준의 하이 퀄리티 사운드를 들려주었다.
바이스의 Minerva는 dcs가 그랬듯이 프로페셔널 기기의 하이엔드 하이파이로의 변신이며 그 결과 역시 dcs와 마찬가지로 성공적이라 할 수 있다. 물론 소형 DAC의 가격을 고려하면 절대로 쉽게 구입할 수 없는 제품이지만 미래 하이파이를 오늘 즐기겠다는 생각이 있다면 놓치지 말아야 할 하이테크 하이파이 소스기기다. 뛰어난 해상도, 투명도, 객관적인 음색 등 사운드 퍼포먼스 면에서는 상당한 수준이다. 몇 백만원 수준의 중급 CD 플레이어의 업그레이드 그리고 PC의 시스템 편입을 고려하는 사람이라면 주저없이 필청해야 할 제품이다. HFC - 성연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