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랜드 오페라
이탈리아에서 날아온 탑모델 같은 스피커가 동생 모델처럼 특이한 멀티 트위터 구성을 채택했다.
보기에도 근사하고 묵직한 플로어스탠더로 가격이 싸다고는 할 수 없지만, 호화로운 만듦새와 마감을 고려하면 오히려 생각보다 합리적인 가격이 아닌가싶다. 특히 흥미롭고 특이한 사양이 다수 채택되었음을 생각하면 더 점수를 주고 싶다. 이 제품은 오페라 사의 최신작인데, 이 업체는 이탈리아 북동부의 트레비조 외곽의 산업단지에서 자회사인 하이파이 기기 전문업체 Unison Research와 함께 부지를 공유하고 있다.
“평범한 싱글 트위터 대신, 전면에 두 개, 후면에 세 개, 총 다섯 개나 되는 트위터를 장착했다.”
Grand Callas(사진의 럭셔리 글로스 마감 모델의 가격은 £6,500)는 최신형이긴 하나, HFC311에서 리뷰했던 독특한 2세대 Callas 스탠드마운터와 공통점이 아주 많다. 이 플로어스탠더가 중역은 물론 저역용으로 단독 콘 드라이버를 채택했고 리플렉스 포트의 지원을 받는다는 점을 제외하면, 하이엔드 스피커의 표준과 아주 다른 노선을 택한 중역과 고역부는 두 모델이 사실상 동일하다. 보통의 단일 트위터 구성 대신 다섯 개나 되는 트위터가 장착되었는데, 둘은 전면에 셋은 후면에 자리하고 있다. 이러한 구성으로 고역이 리스닝 룸에 퍼지는 방식을 비롯해 여러 가지 차이를 가져오는데, 정확하게 그 효과를 단정 짓기는 쉽지 않다.
Grand Callas는 결국 패시브 서브우퍼를 내장한 Callas 스탠드마운터의 플로어스탠딩 버전이라고 할 수 있다. 키 크고 늘씬한 인클로져 안에는 스탠드가 들어갔을 공간을 40리터 정도 용량의 밀폐형 서브우퍼가 차지하고 있다. 여기에는 지름 100mm 마그네슘 합금 콘과, 대형(38mm) 고정식 솔리드 카퍼 재질의 ‘불릿’ 위상 플러그를 채택한, 세 개의 135mm 드라이브 유닛(셋이 동일하며 중역 드라이버와도 똑같다)이 장착되었다.
인클로져의 옆면은 우아한 곡선으로 처리되었고 재질은 강도 높은 MDF로 위치에 따라 30mm, 40mm, 50mm로 다양하게 쓰였다. 프론트 배플의 내부는 콘 드라이버로부터 발생하는 후면방향 방사가 막히지 않도록 교묘하게 디자인되었고, 외부는 음의 수평 분산을 도와준다.
외관은 과연 이탈리아제라는 느낌을 주는 독보적인 수준이다. 곡선형인 옆면은 긴 합판 조각들을 가로로 덧대어 모양을 잡았으며, 윗판은 원목 판에 모서리를 다듬어 얹었다. 모양이 잡힌 프론트 패널 모서리는 깔끔하게 다듬어졌다. 더 나아가 플로어 커플링 구성까지 일급인데, 단단한 스틸 ‘윙’과 묵직한 스파이크로 수평 접지면을 확장시키며 최상의 물리적인 안정감을 제공한다. 황동 재질 스파이크의 위쪽은 큼직한 돔 모양인데 고급스럽게 보일뿐더러 눈에 잘 띄어서 무심코 발가락을 찧을 위험을 줄여준다! 두 쌍의 묵직한 터미널은 바이와이어링이나 바이앰핑 옵션을 가능하게 해주지만, 배달될 때는 브래스 스트립에 연결되어 있다.
SEAS에서 제작한 저역과 중역 드라이버는 첨단 Excel 모터와 T자 모양의 폴 피스 위에 카퍼 링을 장착해 음의 왜곡을 최소화해준다. 고출력은 진폭 14mm를 자랑하는 38mm 알루미늄 보이스 코일이 담당하며, 솔리드 카퍼 폴 익스텐션이 과열되지 않도록 해준다.
역시 SEAS 제품인 트위터는 역시 진폭이 큰 25mm 코팅 소프트 패브릭 돔을 채택했는데, 네오다이뮴 모터가 작아서 중역 드라이버 및 다른 트위터와 가깝게 장착할 수 있었다. 고역 신호를 다섯 트위터가 맡고 있으니 고역의 출력 핸들링이 극히 높아지지만, 1.5kHz의 비교적 낮은 크로스오버 주파수대 선택으로 어느 정도 억제된다. 실제로 전면의 트위터 두 개는 고역 주파수대의 아랫부분에서 병렬로 작동될 뿐이다. 둘 다 명목상 1.5kHz에서 들어오지만 주파수대가 올라가면 위쪽 트위터가 서서히 롤오프되면서 오버랩되는 부분이 지속적으로 위쪽을 향하도록 방향이 잡혀서, 세 드라이버 아래쪽의 출력은 다소 억제된다. 동시에 후면의 트리플 트위터는 라인 소스로 작용하며 출력을 수직면에 집중하므로, 방안에서 반향되는 고역 출력에 더해지면서 전반적인 원거리 출력 응답을 평평하게 만들어준다.
사운드 퀄리티
첫인상은 절대 무시 못하는 것인데, Grand Callas의 경우는 다는 아니라도 대체로 긍정적이었다. 스테레오 이미징의 근본적인 ‘다름’이 처음에는 걱정되었으나, 다양한 소스와 함께 시험해 본 결과 장점이 더욱 두드러졌다.
이 스피커의 최대 강점 중 하나는 전반적인 톤의 밸런스가 우수하고 응답이 고르다는 것이다. 공격적이지 않으면서도 듣기 좋게 열린 사운드이며, 어느 주파수대역도 과장되거나 어긋났다는 느낌은 주지 않는다.
리스닝 룸 실험수치를 보면 고역이 약간 날카롭게 들릴 수 있음을 알 수 있지만, 아마도 후면의 트리플 트위터에서 추가된 고역 출력이 수치로 드러난 탓일 것이다. 실제 들어 봐도 고역이 확실히 눈에 띄고 좀 강한 편이다(특히 저역이 건조한 편이라 더 강조된다). 게다가 평정과 정확도도 조금 아쉬울지 모르나, 복수의 트위터 구성 덕분에 여유롭고 넉넉한 헤드룸을 얻어 절대 귀에 거슬리지는 않는다.
저역은 매끄럽고 고르며 깊이도 깊다. 스피커를 벽에서 멀리 떨어뜨리면 다소 건조하게 들리기도 하지만, 풍부한 저역을 원한다면 몇 센티미터씩 뒤로 밀어보면서 적당한 저역을 찾으면 되니 간단하다.
스피커의 다이내믹 성능은 장단점이 다 있다. 다이내믹 범위는 굉장한데, 기술적이며 음향적으로 전혀 영향을 끼치지 않는 인클로져를 만들려고 공들인 덕분이다. 하지만 다이내믹 장악력과 표현력은 다소 사무적이고 억제된 듯이 들린다. 이유는 설명하기 어렵지만, 중역에서 드라마와 짜릿함이 부족하다고 느낄 수도 있는데, 아마도 스피커 자체에서 뭔가 뒷짐 지고 물러난 듯한 분위기를 연출한 탓일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이 스피커를 정말 돋보이게 하며 애호가의 흥미를 자극하는 것은 바로 이미징이다. 통상적인 단일 트위터를 채택한 스피커를 듣다가 바로 이 스피커를 들으면, 초점과 정확도가 다소 흐려지며 원근감이 변화함을 곧 알아채게 된다. 처음에는 좀 불안한 감도 들지만 적응해가면서 다양한 장르의 음악을 듣다보면 장점이 확실히 느껴진다.
“무엇보다 돋보이는 것은 스테레오 이미징이다.
처음에는 적응이 필요하지만, 그리고 나면 장점들이
확실히 드러난다.”
핵심 질문은 리스닝 룸에서 스테레오 이미지를 얼마나 잘 구현하는가 이다. 이론적으로 순수한 스테레오란 마네킹의 두 귀에 마이크를 넣고 연주자 앞에서 녹음한 더미 헤드 레코딩을 헤드폰으로 듣는 것으로, 이렇게 되면 겨우 두 채널로 서라운드 음장을 너무나 그럴 듯하게 구현할 수 있다. 하지만 실제로 이런 레코딩은 거의 존재하지 않는다. ‘제대로’ 응집력 있게 그려진 스테레오 레코딩도 가끔 나타나긴 하지만, 대부분 레코딩은 인공적으로 조립한 것이므로 재생의 정확도란 그렇게까지 중요하지는 않다.
가장 정확한 이미징은 룸 반사음이 최소화되어야 가능하지만, 엔지니어와 감상자 중에는 반사음이 오히려 자연스러운 느낌을 더해준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많다. 과연 음의 전방향성을 어디까지 끌고 갈 것인가(그리고 룸 반사음을 어디까지 허용할 것인가)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다. 룸 반사음을 더해주면 연주자가 방안에 있는 듯한 실감이 더해지고, 공간감이 살아나며, 스테레오 감상 최적의 위치에 있지 않는 사람에게도 더 좋은 사운드를 들려주는 것은 확실하다.
Grand Callas는 마지막 두 항목에서 확실히 뛰어나다. 특유의 공간감이 합창과 관현악, 그리고 영화 사운드트랙을 스테레오로 재생할 때 돋보이며, 감상 축을 벗어난 감상자에게서 좋은 평도 받는다. 한계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더 자연스러운’ 리스닝 룸 경험을 제공하겠다는 Opera의 호언장담에 잘 부합하는 멋진 스피커이다. HFC - Paul Messeng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