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파이 엔트리
KEF는 새 입문형 라인업을 하이파이적 사운드로 탈바꿈시켰다.
KEF는 전통적으로 입문기의 가격 대비 성능이 뛰어난 브랜드다. 기존의 Q 시리즈, iQ시리즈들은 뛰어난 핀 포커스와 정위감, 그리고 가격대를 뛰어넘는 질감 표현 능력으로 하이파이 입문자들을 기쁘게 했다. 이 가격대에서 흔히 언급되는, 가격대비 성능을 뛰어넘는 퍼포먼스로 인기를 누렸던 대표적인 업체가 KEF다.
KEF의 C 시리즈는 동사의 그런 전통을 잇는 새 시리즈이며 C7 모델은 그 중 가장 큰 플로어스탠딩 스피커로서 하이파이적인 콘셉트가 가장 강한 제품이다. 눈으로 봐도 기존 KEF 와 확연히 차별화된다. KEF의 상징과도 같은 Uni-Q 드라이버 및 매끈한 곡선으로 이루어진 인클로저가 적용되지 않은 것이다. 엔트리급 스피커로서 제작 단가를 낮추어야 하는 문제가 있었을 것이다. 그래도 상급기 시리즈와 공통되는 핵심 기술로 탠저린(Tangerine)이라는 웨이브가이드가 적용된 알루미늄 돔 트위터는 변함없이 적용되었다.
XQ시리즈에서 사용된 바 있는 탠저린 웨이브가이드는 트위터 앞에 8개의 작은 날개들이 방사형으로 펼쳐진 모습을 하고 있다. 이는 고역의 음 방사 패턴을 분산시키기 위한 장치로 보이지만 그보다는 정확하고 뚜렷한 고음 재생을 고려하여 개발된 기술로 보는 편이 타당하다. 알루미늄 돔 트위터의 불완전한 진동 패턴을 보강하는 역할을 하는 것이다.
2개의 6.5in 미드/베이스 유닛은 페이퍼 콘지에 합성 수지를 코팅한 것으로 보여지며, 부드러운 에지의 도움을 받아 유연하고 편안하게 움직이다. 스피커를 울려보면 상당히 신속하면서도 과장이 없는 움직임을 보여준다. 91dB의 울리기 쉬운 감도도 그런 밑바탕이 된다. 트위터와의 크로스오버는 대략 2.5khz 부근에서 이루어지는데, 트위터와 중복되는 레인지가 상당히 넓은 것으로 파악된다. 다른 음역대와 확연하게 콘트라스트를 이루는 두툼한 중음 대역의 재생을 기대해도 좋을 것이다. 듣기 거북한 피크를 교묘하게 피해가면서도 이 정도의 두툼한 중역대를 유지하는 것은 크로스오버가 상당히 정교하게 튜닝 되었음을 시사한다. 가로로 길게 자리잡은 슬롯 타입의 전면 베이스 포트는 기존 KEF 스피커에서 볼 수 없던 것이다. 직육면체의 박스형 디자인을 보다 클래시컬하게 보이게 하는 장본인이기도 하다.
꽤나 고급스러운 원목 무늬의 비닐 마감 인클로저는 보기보다 단단한 편이며, 꼼꼼한 마감 상태는 제품의 가격을 의심하게 만든다. 하이글로스의 전면 배플은 그 이면에 한 장의 배플이 더 구성되어 있는 2층 구조로, 드라이버 진동의 영향을 가장 많이 받는 전면부를 보강했다. 내부의 버팀목은 고급기들 만큼 촘촘하진 않지만 진동의 영향으로부터 사운드의 순도를 지키기에는 충분한 구성이다.
다른 대부분의 KEF 제품과 마찬가지로 C7도 바이와이어링을 지원하는 터미널인데 상급기와 다른 점은 점퍼 케이블 대신 금도금의 점퍼 플레이트를 썼다는 정도이다.
사운드 퀄리티
스피커를 울려보면 이 새로운 엔트리급 스피커의 진가를 실감할 수 있다. 뚜렷한 정위감은 기존 KEF제품들에 비해 크게 떨어지지 않으며, 아주 넓진 않지만 한정된 공간에서 성의껏 그려주는 스테이징의 섬세함은 입문기 수준 이상이라고 말할 수 있다. 두툼하면서도 윤기 있는 중음은 호소력 있게 재현되며 보컬의 미묘한 뉘앙스도 섬세하게 표현한다. 40kHz까지 뻗는 고음 재생 능력은 수준급으로 매우 섬세하다. 시원스럽게 잘 뻗는다기 보다 충분한 여유를 가지고 매끈하게 치고 올라가는 느낌이 부드럽게 전해진다. 적절한 윤기감과 더불어 탁월한 해상력 또한 동급의 스피커에서 찾아보기 힘든 장점이다. 드럼 셋에서 묵직한 라이드 심벌의 느낌이 상쾌하면서도 날리지 않으며 고음의 입자감은 상당히 도톰한 편이다. 하지만 바이올린이나 첼로의 재생에 있어서는 다소 억지스러운 부분이 존재한다. 찰현악기 특유의 선예감을 기대하기는 힘들다.
저음의 밀도감은 비교적 낮지만 음 이탈이 수월하게 이루어지며, 결코 가볍지만은 않은 저음재생을 이루어내고 있다. 무겁게 떨어지는 저음은 아니지만, 여타 KEF 제품들의 저음특성을 감안해본다면, 엔트리급의 한계라고 보기에는 어렵다. 저음에 대해서는 개개인의 취향에 따라 호 불호가 갈릴 소지가 있다.
KEF C7은 한 걸음 뒷전에서 조심스럽게 사운드를 한 겹씩 풀어내는 타입이 아니다. 자연스럽긴 하지만 비교적 적극적으로 음을 쏟아내는 타입이기 때문에 차분하고 정돈된 사운드와는 다소 거리가 있다. 챔버 오케스트라나 재즈 퀸텟 정도의 구성, 특히 보컬이 중심이 되는 음악이라면 입문기 이상의 퍼포먼스를 보여줄 수 있는 실력기임에는 틀림없다. 같이 제공되는 전용 스파이크는 꼭 장착하고 들어보길 권한다. HFC - 한창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