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이아몬드 같은 올인원
프랑스의 캐럿이 기존 분리형을 하나로 응축한 일체형 하이파이를 선보인다.
프랑스의 손길이 닿은 제품은 어디서 보아도 어째 쉽게 구분이 간다. 마치 ‘나 여기 있어요!’ 외치는 어여쁜 프랑스 여자라도 만난 듯이 어딘가 잘 다듬어진 외모는 쉽게 눈에 띄기 때문일까. 어찌되었건 이 프랑스 브랜드의 제품은 비록 완전한 프랑스의 생산품은 아니지만 충분히 눈에 띌만한 외모를 갖췄다는 점에 분명히 프랑스의 피가 흐르고 있음을 확인 할 수 있는 제품이다.
일단 디자인 스타일로 보았을 때, 이 제품은 단순함과 럭셔리함이 적당히 혼재하고 있는 인상이다. 먼저 검정색의 8mm 아크릴 패널은 광택을 충분히 살려 대단히 중후하면서도 모던한 느낌을 만들며, 화려하게 빛나는 블루 LED의 백라이트가 더해져 더욱 멋스럽다. 여기에 은색 알루미늄 절삭의 버튼과 노브가 곁들여져 디자인의 심플함과 화려함의 멋을 조화롭게 하고 있는 형상이다. 혹자는 이러한 스타일을 한마디로 ‘우아함(elegant)’이라고 표현하기도 하지만, 실제로 이것은 어디까지나 대단히 주관적인 표현이므로 더 정확한 부분은 첨부된 사진과 함께 여러분의 상상에 맡긴다.
눈에 띄는 외모를 잠시 접어두고 보면, 이 제품은 캐럿이 개발한 올인원 타입의 스테레오 리시버이다. 전반적인 설계는 동사의 57시리즈를 이어받았으며, 리니어방식의 전원과 많은 AB급의 설계로 이루어진 전통적인 방식의 하이파이 컴포넌트이다. 특히 CDP부와 튜너부의 사양과 설계는 동사의 C57과 T57의 것들을 그대로 이어받았으며, CD를 위한 로더역시 필립스의 VAM1202를 변함없이 사용하고 있다. 차이가 있다면, 다양한 기능을 능동적으로 조작하기 위해 새롭게 조그-스틱(Jog-stick)을 전면에 배치하였다는 점이 보인다.
“기존 분리형과 같이 군더더기 없이 명료하고 투명하면서도
전반적인 음악적인 뉘앙스를 살리는 장점을 보여준다.”
사실 이 제품은 완전한 신제품이 아니다. 왜냐하면 기존 분리형의 설계를 그대로 옮겨왔다고 할 수 있을 정도로 대단히 많이 차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사양서상 드러나는 분리형과의 차이는 앰프의 출력 이외에는 거의 없을 정도이고, 이는 전반적인 성능을 고려하면 작은 공간에서 분리형과의 성능차이를 구분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물론 이 글의 의도가 완벽한 비교청취를 위한 성능평가가 아닌 이유로 적절한 비교는 할 수 없지만, 이는 올인원 제품이라고 하더라도 분리형의 성능을 최대한 그대로 살리려는 제조사의 의도와 설계상의 편의를 적절하게 이용한 콘셉트가 아닐까. 하지만 여타 내용은 차치하고라도 기존 분리형의 안정감 있는 성능을 고려할 때 충분히 가치 있는 선택이 되었음은 틀림없다.
I57의 기본적인 성능을 알아보기 위해 중가에서 고가에 이르는 북쉘프 형태의 스피커와 플로어스텐딩 스피커를 두루 연결하였다. 일단 구동상의 문제는 전혀 없다. 물론 당연한 결과지만 비교적 저능률의 스피커의 구동도 힘이 부치지 않는 모습이다. 전반적으로 기존 분리형과 같이 군더더기 없이 명료하고 투명하면서도 전반적인 음악적인 뉘앙스를 살리는 장점을 보여준다. 관악기와 현악기가 난무하는 대편성에서도 저역 양감의 욕심을 조금 버리면 상당히 훌륭히 소화해낸다. 해상력과 공간 재생 능력이 수준급이다. 특히 보컬에서의 명료도나 전반적인 무대의 형성은 분리형에 못지않은 성능을 보여준다. 전반적으로 비교해 보았을 때 제작사에서 추천해준 하이랜드오디오의 4301이나 1201 모델과의 상성은 대단히 좋아서 꼭 추천하고 싶다. 이외 독일 엘락의 BS243이나 FS208A 그리고, B&W의 CM시리즈 스피커와의 조합 역시 특징을 잘 살리는 연결이다. 음악을 듣는데 이보다 무엇이 필요하랴. 한 동안 기쁨에 헤아릴 수 없이 CD를 넘겼다. HFC - 성연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