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디오의 / 전당 #005
SPEAKER SYSTEM
JBL D30085 Hartsfield 1954년 발매
아름다운 인클로저에 강력한 유닛이 탑재되어 있는
사상 최고의 일반용 스피커 시스템 ---
‘아름답게 디자인된 일반용 스피커 시스템 중 사상 최고의 모델은 어떤 것일까?’ 이런 질문을 받는다면 아마 주저하지 않고 JBL의 하츠필드라고 대답할 것이다.
정식 명칭은 ‘D30085 The Hartsfield’. 1954년에 발매되자마자 갈채를 받았으며 미국의 잡지 하이피델리티(High Fidelity)와 라이프(Life)에서는 ‘시장에 있는 어떤 스피커보다 뛰어난 구극의 스피커, 꿈의 스피커’라고 높이 평가하였다.
‘제임스 B. 랜싱(James Bullough Lansing)이 1946년에 창립한 가 세계의 JBL이 된 순간이었다’라는 글이 문헌에 남아 있다.
구극이라는 수식의 대상은 늘 바뀌기 마련이지만, 발매 이후 68년이 지난 2022년에도 하츠필드는 그 왕좌에 눌러앉아 움직이지 않고 있다. 특별히 놀랄 일은 아니다. 레코드에도 이러한 것이 많다.
바뀌는 편이 좋은 것과 바뀔 필요가 없는 것이 있다.
클래식 음악에서 연주되는 스코어는 100년 이상 예전 것이 대부분이며 연주에 사용되는 바이올린, 첼로 등도 그대로이다. 진화 같은 것에 안달하지 않는다.
현대의 하이 테크놀로지로 이런 연주가 기록된 전성기의 레코드를 파헤치려 하면 때때로 우주복을 입은 채로 나막신을 신고 있는 것처럼 기묘한 인상을 보일 수도 있으므로 주의할 필요가 있다.
그 모습이 실로 아름다우면서도 당당한 하츠필드, 내부의 구조는 더욱 놀랍다.
당시에는 타사로부터도 명기라고 할 수 있는 프런트로딩 코너형 스피커가 다수 등장해 있었으므로 온갖 꽃이 피어 있는 것처럼 화려한 상황이었는데, 하츠필드에는 기존 제품의 의표를 찌르는 획기적인 혼이 설치되어 있었다.
강도가 뛰어나며 복잡하게 꺾여 있는 그 독자의 혼을 고안한 것은 윌리엄 L. 하츠필드(William Luke Hartsfield). 게다가 장착된 스피커 유닛도 압도적인 차이를 보였다. 모두 강력한 잠재력을 자랑하는 프로 사양의 유닛이었다.
천재 짐 랜싱(Jim Lansing : 제임스 B. 랜싱의 애칭)이 개발한 유닛의 혈통을 명확하게 계승한 것으로서 이후에 개발된 JBL 스피커의 특징을 결정지었다.
우퍼와 혼에서 방사되는 음의 위상이 빈틈없이 일치한다
하츠필드의 가장 바람직한 사용법은 튼튼한 벽면을 지닌 방의 코너에 놓고 모노럴 레코드를 듣는 것. 그런 상태로 하츠필드를 들었던 적이 있다.
저음부터 고음까지 방 가득히 펼쳐졌으며 대단히 리얼했다. 말하자면 이것이야말로 능력의 차이를 역력히 보여주는 압도적인 일인자! 당당한 울림으로 크게 놀라게 하였다.
또 하나, 우퍼에서 나오는 음과 금색으로 빛나는 혼 렌즈에서 방사되는 음의 위상이 이 정도로 빈틈없이 일치하는 스피커는 드물다.
그래서 생각했다. ‘세상에서 가장 좋은 음으로 레코드를 들었던 것은 당시의 사람들이 아니었을까’라고. 그런데 문제인 것은 하츠필드를 스테레오로 듣는 경우이다.
이것도 들어보았다. 자신만을 향하여 음이 한 지점으로 집중된다.
숨이 멎을 것 같았다.
모노럴에서 스테레오로 이행되던 시기에 등장한 패러건(Paragon)은 이 난점을 훌륭하게 해결한 모델이다.
사용하기 편했으므로 인기가 있었던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미 때를 놓쳤지만, 내가 처음부터 하츠필드를 선택했다면 하츠필드를 스테레오로 사용하기 위해 하츠필드에 맞춰 방을 만들었을 것이다.
그 설계도는 이미 오래전에 머릿속에 완성해 놓았다.
지금은 이루지 못한 과거의 일에 대해서도 부정적으로 생각하지 않는다.
마음에 품었던 것만으로도 좋다. 분명하게 말한다. 1954년형 자동차로는 지금의 레이스에서 이길 수 없다. 그러나 하츠필드라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