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ema의 꿈
Leema의 새로운 염가판 CD 플레이어와 앰프는 전설이 될 것이다.
작년 우리는 언제나 탁월한 사운드를 선사하는 특이한 이름의 스피커 전문업체, 리마에서 내놓은 멀티 DAC CD 플레이어 Antila에 대해 격찬을 늘어놓았다(HFC 291). 그러니 지난 9월 히스로 쇼에서 새로운 CD 플레이어 Stream이 절반도 안 되는 가격에 나온 것을 보자마자 샘플 요청부터 한 것도 당연하다. 비록 기다림은 길었지만, 프리 프로덕션에서 완제품까지 넉 달 반의 기간은 리마처럼 꼼꼼한 이들에게는 보통인 것 같다.
Stream의 짝으로 리마는 Tucana 인티 앰프의 저렴 버전을 선보였다. 이름은 ‘Pulse’이며 출력은 Tucana의 150와트보다 낮은 80w이나 만듦새는 같은 수준이다(다만 상단의 화려한 로고 처리나 옆면의 방열기 처리 등은 없음). 볼륨 조정을 2단계로 보여주는 블루 라이트도 눈길을 끈다. 다이얼 아래쪽 불빛은 미세 조정, 위쪽은 큰 조정을 가리킨다.
사양은 상당히 포괄적이어서 무빙 코일과 MM 카트리지를 따로 수신하는 포노 스테이지와 테이프 루프, 프리앰프 출력단자가 포함되었다. 그리고 MP3 플레이어용, 헤드폰용 미니잭 등 평범한 사양도 물론 갖췄다. 스테레오와 홈시네마 세트를 둘 다 구축할 사람이라면, AV 다이렉트 소켓이 Pulse의 파워앰프 부문을 외부 멀티채널 프로세서와 함께 구동할 수 있도록 해주어 기뻐할 것이다. 덕분에 스테레오 스피커는 스테레오 성능 훼손 없이 서라운드 시스템의 일원이 될 수 있다.
Stream은 CD 플레이어로서는 드물게 말쑥한 디자인을 자랑하는데, 디스플레이가 아담하고 다이얼과 전원 버튼이 하나씩 밖에 없기 때문이다. 리마는 이 다이얼을 ‘L-Drive’라고 부르는데, 아마도 이 ‘L’은 ‘학습자(learner)’를 가리키는 게 아닐까. 작동법이 손에 익기 전까지는 상당한 양의 학습이 필요하니 말이다! Cairn 플레이어가 작동하기 까다롭다고 생각했지만, Stream은 아주 한 술 더 뜬다. 서랍을 열려면 버튼을 3초간 눌러야 하고, 재생시키려면 1초만 누르면 된다. 하지만 초심자는 일단 서랍이 들어가면 즉각 버튼을 누르게 되는데, 그러면 ‘일시정지’가 되어버린다. 20자 분량의 디스플레이도 약자만 띄워줄 뿐이라 도움이 안 되기는 마찬가지다. 무슨 BMW도 아니고!
“Stream과 Pulse 둘 다 LIPS(Leema Intelligent Protocol System)을
채택하여 서로 대화가 가능하다.”
박스 안에는 Stream 역시 Antila처럼 멀티 DAC가 자리하고 있다. 이번에는 10쌍이 아니라 8쌍이지만, 여전히 대부분 플레이어보다 훨씬 많은 숫자이다. DAC는 최상급 24비트/192kHz 델타 시그마 기기로서, 꽉 찬 균형감의 출력을 자랑하는데, 한 채널당 2, 3쌍이 돌아가는 차동 모드 덕분이다.
플레이어의 실제 출력 단자는 싱글 엔디드 밖에 없는데, 크게 불편함을 초래하지 않고도 비용을 절감할 수 있었던 방법이다. 비슷한 가격대의 앰프가 밸런스드 입력 단자를 가진 경우가 별로 없음을 생각하면 자연스럽기도 하다.
Antila와 또 다른 점으로는 평범한 케이스가 있다. 전면부는 알루미늄 판이나 나머지는 스테인리스 알루미늄이 아니라 스틸 재질이다. 수많은 버튼과 LED를 대신하는 L-Drive 역시 비용을 절감해준다. Leema는 Antila의 주요 요소는 보존한 채 외부 요소에서 비용을 절감하는 데 성공한 듯하다.
Stream와 Pulse 둘 다 LIPS(Leema Intelligent Protocol System)을 채택하여 기기끼리 대화가 가능하여 사용 편의성이 높아진다. LIPS를 통해 CD 플레이어가 마스터로 작용할 수 있어, 앰프를 다른 곳에 두어도 CD 플레이어를 통해 명령을 내릴 수 있고, 디스플레이는 입력단자 선택과 볼륨 레벨을 보여준다. 또 하나 마음에 드는 사양은 입력이 바뀔 때마다 낮은 프리셋 볼륨으로 돌아가는 장치인데, 소스를 바꾸는 도중 본의 아니게 큰 볼륨으로 스피커가 해를 입을 걱정이 없다.
사운드 퀄리티
두 기기의 개별적인 특성을 파악하기 위해 먼저 따로따로 시험해 보았다. 일단 Stream을 클라세 프리/파워 콤보와 B&W 802D 스피커와 짝지어 보았다. 새로운 환경에서 충격을 받기는커녕, Stream은 멋진 해상도를 보여주며, 한동안 신제품 CD 플레이어에서 보기 드물었던 흥겨운 리듬감을 선사한다. 너무나 그럴싸하게 바로 그루브를 타기 시작하니, 혹시 뭔가 빠뜨리고 넘어가는 게 아닌가 싶어질 정도이다. 하지만 꼼꼼하게 들어본 바로는 전설적인 Eva Taylor의 Opus 3 음반 같이 귀에 익은 레코딩에서도 빠진 부분은 찾지 못했다.
Keith Jarrett Trio의 <Live at Montreux>도 이런 면에서 단점을 잘 드러내주는 음반이나, Stream은 <Green Dolphin Street> 같이 리듬이 명확하지 않아 헤매기 쉬운 곡도 금방 장악하여 귀에 쏙 들어오게 해준다. 조금 저렴하지만 천 파운드 이하 가격대 최고의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캠브리지의 Azur 840C와 비교해봐도 놓친 디테일은 없다. 캠브리지는 비교적 느긋하게 뒤로 물러난 듯한 기분이며, 음장도 뒤쪽으로 이동한다. 여기에 비하면 리마는 비교적 앞으로 나서지만 얼굴에 바싹 다가설 정도는 아니다. 반면 Cairn Tornado는 좀더 앞으로 나서며 긴장을 늦추지 못하게 하는 플레이어로, 이 둘 사이에서 Stream은 중도의 길을 걷는 셈이다.
가장 충격적인 비교는 Barb Jungr’의 <Trouble in Mind>였는데, 입체감 있는 더블베이스가 제공하는 비트를 Stream은 정확하게 전달하지만, 상대적으로 840C는 굼뜨고 머뭇거리는 듯이 들린다. 템포만이 아니라 다이내믹스 역시 훌륭하여, 디스크 상 생기 있는 부분은 금방 금방 앰프로 전달된다. 목소리 하나와 기타 하나로 녹음된 Jose Gonzalez의 <Veneer> 같이 절제된 디스크에서도 Stream은 스튜디오에서 집어넣은 에너지와 약동감을 잡아낸다.
Stream의 타이밍 재능은 Pulse와 함께 하니 £9000 프리/파워 콤보 때 만큼 확 눈에 띄지는 않지만, 이 정도 상황은 이해해줘야 한다. 가장 인상적인 재능은 바로 ‘이 앨범을 더 큰 앰프로 들으면 어떤 느낌일까?’하는 의문이 들지 않도록 만족스러운 사운드를 들려준다는 것. 이미징은 좀더 정확함이 아쉽고, 음성은 중앙에 위치하긴 해도 깨끗함이 기대보다 덜하다. 하지만 음장의 뉘앙스와 섬세한 사항은 그래도 포착할 수 있다.
예를 들어 Keith Jarrett은 테이프의 쉿쉿 소리와 자주 발장단 맞추는 소리와 함께 아주 생생하고 통통 튀는 피아노도 들려준다. 가격대비 대단한 B&W의 802D 스피커의 도움으로 정말 손에 잡힐 것만 같은 사실감을 안겨준다. 이 스피커의 요구에는 훨씬 고가의 앰프조차 최상급 사운드는커녕 구동도 힘들어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그리고 타이밍이 아주 투명하지는 않지만, 흥겹게 리듬을 탈 정도는 된다. 곡이 요구하는 대로 사운드는 척척 나아가는데, 예를 들어 블루스 곡인 <When The Levee Breaks> 같은 곡이 그렇다. 잘 레코딩 된 곡에 담아내는 손에 잡힐 듯한 느낌은 이것이야말로 사운드 시스템의 존재이유라는 웅변이기도 하다.
“Pulse의 광대역의 다이내믹한 사운드는 여느 디지털 소스의 매력을 능가하고도 남는다.”
Stream과 마찬가지로 캠브리지 Azur 라인을 Pulse와 짝지었는데, 840A 앰프가 동원되었다. 이 모델은 사양은 훨씬 더 많지만 가격은 £400 저렴하다. Pulse가 앰프를 압도했으리라 생각할 것이고 사실 맞을 지도 모르지만, 기존 강자들을 물리칠 정도의 840A이므로 쉬운 임무는 아니다. 근본적으로 Leema 앰프는 더 많은 디테일을 전달하며, 더블 베이스 현이 내는 공진음이나 음성의 음색 혹은 톤의 깊이를 더 깨끗하게 들을 수 있다. 이 차이는 캠브리지에서 리마로 업그레이드해도 돈이 절대 아깝지 않을 정도로서, 필요한 자금만 있다면 환영할 만한 좋은 징조이다.
리마에는 캠브리지에 없는 사양이 하나 있는데, 바로 포노 스테이지다. DPS2 턴테이블에 SME IV 암과 van den 헐 Frog MC를 설치하고 출력 단자에 연결하여 들어보면, Pulse는 광대역의 다이내믹한 사운드로 여느 디지털 소스를 능가한다. 저역이 특히 음악성이 뛰어나고 깊이도 우수하며, 역시 손에 잡힐 듯한 느낌을 너무나 매력적인 방식으로 전달한다.
리마는 최신의 염가판 기기에서 자신 있고 감동을 주는 사운드를 만들어냈다. Stream의 타이밍은 다른 CD 플레이어가 따라잡기 어려우며, Pulse의 파워와 투명함은 Arcam과 Cyrus 등이 경계해야 마땅하다. HFC - Jason Kennedy
Q&A
Leema Acoustics의 공동 창업자 Mallory Nicholls에게 이 두 기기에 관해 질문을 던졌다.
앰프 설계에 관한 접근법을 설명해주십시오.
ms 근본적으로 모든 기술 스펙을 다 중요하게 여기지만, 초점은 스피커 구동과 전류에 두고 있죠. Tucana는 고출력 고전류 앰프로 이런 점을 Pulse에서도 재현하려고 했습니다. 전체 전압단과 드라이버 스테이지가 동일하지만, 듀얼 모노 방식이 아니라 싱글 트랜스포머를 장착했죠. 그래도 최상급 제품이라 비슷한 왜곡 수치의 우수한 출력 전류를 낼 수 있지만 출력 파워는 감소되었습니다. 프리앰프 섹션도 Tucana와 아주 유사하죠. 패시브 스위칭은 골드 팔라듐 릴레이를 사용했고 저희의 모든 앰프에서 사용하는 Burr Brown 감쇠기가 들어갔는데, 이는 갈수록 소음이 심해지는 모터 볼륨과 달리 성능이 떨어지지 않기 때문입니다.
이 가격대의 앰프에서 MM/MC 포노 스테이지를 둘 다 장착하는 경우는 드문 편인데, 왜 이런 선택을 하셨나요?
ms 그게 중요한 사양이라고 생각했으니까요. 이 가격대에서 둘도 없는 제품을 만들고 싶어서 가능한 한 좋은 사양은 다 넣어주려고 했는데, 이를테면 헤드폰 출력과 MP3 입력 같은 것도 그렇죠. 두 MM, MC를 다 갖추면 두 개의 암과 카트리지를 작동시킬 수 있다는 거죠.
반복과 프로그램 같은 옵션은 어떻습니까?
현재 소프트웨어에는 반복 기능이 없지만 이번 주 말까지는 넣을 겁니다. Antila에서처럼 투 버튼 기능이죠. Stream 최종 리모컨에는 ‘서랍 열림’ 기능도 들어갑니다.
이렇게 뛰어난 타이밍 기능의 비결이 있다면?
저희가 집중한 것은 필터의 타이밍이었죠. 두 플레이어에서 지터를 아주 낮은 수준으로 유지했고, 타이밍 면에서 뛰어난 DAC(Crystal 454X)를 채택하고 필터 안에서 보호해주었죠. 필터는 방형파 영역에서 타이밍 성능에 최적화된 것인데, 전체 조합을 통해 뛰어난 음악성을 얻게 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