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aim을 위하여
음악성이 뛰어난 Naim NAIT가 이제는 평정과 스타일까지 갖췄다.
NAIT(Naim Audio InTegrated) 앰프는 우여곡절이 좀 흥미롭다. 1983년 첫 출시된 모델은 정말 환상적인 슈박스 디자인으로, 정확한 출력 수치를 절대 공개하지 않았다. 잘 모르는 사람이 “몇 와트인가요?” 하고 물어보면 “충분합니다.”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실제로 수치는 12.5 정도였는데, 대부분의 스피커를 구동하기에 충분한 파워를 가졌던 게 사실이다) 그리고 대단히 개성적인 밸런스 컨트롤의 독특한 기능이 오늘날까지도 사람들을 어리둥절하게 만든다. 그 밖에도 엉뚱한 구석이 많은 앰프였지만, 이 제품이 열성팬과 지지자 군단을 거느리게 된 것은 음악을 전달하는 자신감이 훨씬 높은 출력과 통상적인 밸런스 기능을 가진 일부 고가의 기기도 능가할 정도였기 때문이다.
2007년 출시된 SUPERNAIT 역시 독특하긴 마찬가지. 고출력의 풀사이즈 인티 앰프로서 특이하게도, DAC 회로와 디지털 입력단자를 갖춰서 첨단 디지털 소스(컴퓨터, 미디어 서버 등)를 앰프에 직접 연결할 수 있다. 편리함과 고성능을 동시에 갖춘 이 기기는 대성공을 거두었고, 급기야 Naim은 SUPERNAIT의 염가판으로 이 제품을 내놓게 되었다. 개발 당시 별명은 NAIT Speed였지만 이제 공식명칭은 NAIT XS가 되었다.
슬림한 알루미늄 Series 5 케이스에 들어있는 앰프는 380VA 토로이덜 트랜스포머로 구동되지만, Flat-Cap, Hi-Cap, Super-Cap 같은 외장 전원공급기로 수퍼차지(supercharge)하면 이 군더더기 없는 기기에서 최대한의 출력을 끌어낼 수 있다. 디자인은 NAIT 5i를 떠올리게 하지만, 내부에는 SUPERNAIT에서 물려받은 심장부가 도사리고 있다.
NAIT XS는 최적화되고 짧고 단순해진 신호경로를 비롯해 성능개선 사양이 대거 채용되었다. 우선 Naim에서 최근 개발한 베이요넷(bayonet) PCB 마운팅 기술을 채택한 최초의 모델인데, 기판을 ‘둥둥 띄워서’ 마이크로포닉 효과를 줄여주는 기술이다. 더 나아가 히트싱크는 들쑥날쑥한 모양으로 설계되어, 안전성을 보장하는 최대한의 쿨링효과와 개선된 다이내믹 성능을 보장하며, 소수이며 긴 PCB 트랙의 커패시턴스 효과를 줄여준다. 또, Naim은 기기 내부로 잠입하는 진동 문제에 대응하는 특별한 설계를 시도했다. 예를 들어, 후면의 전원 스위치와 IEC 소켓은 섀시에 고정된 게 아니라 살짝 띄워진 형태이다. 덕분에 전원 케이블을 통해 앰프 안으로 들어오는 공기와 구조적인 진동을 줄여줄 수 있게 되었다.
이 앰프에 들어간 여러 가지 엔지니어링 요소들은 냉소적으로 보면 너무 자질구레하게 들릴 수도 있지만, 하나하나 엄격한 청음 테스트를 거쳐 설계에 포함된 것들이다. 심지어 케이블 길이를 최소한으로 줄여주는 케이블 타이의 위치와 조이는 정도까지 정확하게 맞춰져 있다. 이 정도면 편집증 수준으로 들릴 지도 모르지만, 케이블 타이의 위치에 따라 사운드가 달라진다면 최선의 장소를 찾는 노력이 가치 있지 않을까? 이렇게 ‘사소한’ 노력이 모여서 뚜렷하게 개선된 사운드를 들려주니 고마울 따름이다.
앰프에는 라인 레벨 아날로그 입력단자 6개가 장착되었는데 그 중 하나는 Naim의 프리앰프와 SUPERNAIT처럼 외부 Naim 포노 스테이지와 연결할 수 있어 LP의 우월한 음질을 즐길 수 있게 해준다. 한편, 자동 전환되는 3.5mm 스테레오 잭 소켓이 전면부에 배치되어 iPod이나 기타 MP3 플레이어를 연결하기 편하다.
XS는 게다가 단일 게인 옵션과 AV 바이패스 기능을 제공하여, 홈시네마의 AV 프로세서에 연결하여 사용할 수 있다. 이는 후면부의 스위치로 제어되는데, 평소에는 ‘off’로 맞춰져 있어야 한다. 바이패스 모드가 선택되면 AV 입력단자로 연결된 신호는 XS를 풀 게인으로 통과해갈 뿐 볼륨이나 묵음 버튼이 전혀 듣지 않으니 주의할 것!
XS는 통상적인 인티 앰프 작동을 위해 링크 플러그로 연결되는 프리앰프용 출력 단자와 파워앰프용 입력 단자를 제공한다. 또 RCA 포노 소켓 한 쌍으로 필터링되지 않은 아날로그 스테레오 서브우퍼 출력 단자도 갖췄다. 이것은 프리앰프 출력 단자 구실도 하며, 로우 패스 필터링은 적용되지 않았다. (이 단자는 풀레인지 신호를 커버하며 긴 인터커넥트도 문제없이 구동하는 출력이므로, 다른 방에 둔 파워 앰프와 스피커에 연결하는 라인 레벨 단자로 활용될 수 있을 것이다)
XS는 Naim 기기로 이루어진 시스템에 잘 어울리는 것은 물론, 다양한 소스와 스피커로 이루어진 시스템에서도 진가를 발휘하도록 유연하게 설계되었다. 이것이 우리가 테스트한 방식이기도 하다.
사운드 퀄리티
£1,250인 XS는 가격 상 인티앰프 라인에서 NAIT 5i와 SUPERNAIT 중간에 위치한다. 이들 두 앰프와 비교해보면(각각 £735와 £2,350) 성능 면에서도 얼마나 절묘하게 중간위치를 차지하고 있는지 자명하다. NAIT 5i는 음악 정보를 충실히 전달하는 칭찬할 만한 기기이나, XS와 일대일 비교를 하자면 확실히 뒤진다. 상대적으로 가끔 거칠게 들리는 NAIT 5i에 비해 XS는 더 세련되고 유능하며, 템포가 유기적으로 잘 짜여있고 음표의 모양새와 음표간 공간이 더 선명하게 드러난다. 이런 측면에서 XS의 성능은 라인 최고급기로서 커뮤니케이션 능력과 표현력에서 가히 최상급인 SUPERNAIT에 바싹 다가선다.
XS는 예상대로 생생한 타이밍과 정확한 음높이, 급박한 리듬감 같은 Naim 트레이드마크 같은 사운드를 들려주며, 덕분에 음악에 역동감과 속도감이 넘친다. 하지만 최근 출시된 Naim 앰프들과 마찬가지로 이전의 ‘밋밋한’ 접근법과 좀 거리가 있는 ‘입체적인’ 사운드도 보여주고 있다. 이는 특히 Vivid Curve의 <Live at Edgefield> 앨범에서 호주 원주민의 전통악기인 디저리두를 다루는 방식에서 도드라진다. <Hundred Naked Kangaroos> 같은 곡에서 뒷면에 물러나는 악기를 XS는 현미경 같은 디테일로 표현하여 단조롭고 지루한 웅웅거림이 아니라 흘러가는 각 프레이즈의 억양을 잘 살려내, 곡에 색상과 표현력, 개성을 더해준다.
사실 성능을 세부항목별로 분석하다보면 큰 그림을 놓칠 수도 있다. XS는 음악을 풍부한 표현력으로 전달하여 진정으로 즐길 수 있게 하려고 설계되었고, 그 목표를 완벽하게 이루었다. 이 앰프를 듣다보면 연주자가 슬쩍 끼워넣은 세세한 부분까지 귀에 들어와 웃음이 지어지거나 고개를 끄덕이게 될 때가 많다. 이러한 전달력은 이보다 훨씬 고가의 하이엔드 앰프도 압도하는 수준인데, 스피디하고 배경 잡음이 부재한 덕분일 것이다. 음악에 있는 것은 귀에 들린다. 음악에 없는 것은 전혀 들리지 않는다. XS에서 음악에 들러붙거나 흐릿하게 하는 것은 아무 것도 없으며, 음표는 전체 음악 중 어떤 자리를 차지하건 간에 스위스시계처럼 정확하게 시작하고 끝난다.
여기에서 전통적으로 Naim의 약점으로 지적되었던 주제, 바로 음장이 등장한다. XS를 적합한 스피커에만 연결한다면 음장의 너비와 깊이는 물론, 그 안에 음악 요소들이 탄탄하고 안정감 있게 포착된 데에도 놀라게 될 것이다. 적합한 음반만 재생한다면 음악 요소는 반사음량에 따라 웻(wet)하거나 드라이(dry)하거나 뚜렷하게 구별되는 음향 환경으로 전달된다. 타악기와 타악적인 요소(심벌의 타격이나 기타의 인위적 하모닉스 등)를 둘러싼 공기는 이 앰프가 제공하는 사운드를 더욱 실감나게 해준다.
이렇게 꼼꼼한 재현의 단점은 빈약한 레코딩을 가차없이 드러나게 한다는 점. XS는 배우 얼굴의 뾰루지까지 보여주는 HD 화질처럼 레코딩을 또렷하게 노출시키기 때문에, 홈 스튜디오에서 신디사이저로 깐 반주와 전문가용 스튜디오에서 매만진 반주 사이의 차이가 확 드러난다. 예를 들어, 라이브 음반인데 마지막 곡은 홈 스튜디오에서 녹음한 곡으로 끝나는 리뷰 레코드가 있다. 집에서 멀티트랙으로 깐 마지막 곡은 나머지 곡과 달리 끔찍하게 인공적이며 메마르고 악기의 음색도 생기가 하나도 없게 들린다. 설마 이게 아티스트가 의도한 결과라고는 생각할 수 없다. 이 곡을 XS로 들어볼 기회가 있었다면 절대 음반에 싣지 않았으리라.
NAIT XS의 품격은 레코딩이 잘 된 클래식 음반에서 빛을 발하는데, 악기의 음색을 정확하게 잡아내고 뉘앙스를 드러내는 능력이 돋보인다. 런던 체임버 오케스트라가 녹음한 Dave Heath의 <The Frontier>는 연주장의 우수한 음향 상태와 현악의 풍부한 톤은 물론, 연주자들의 박력과 독특한 연주 기법이 낳는 기가 막힌 효과를 고스란히 담아낸다. CD 전체에서 XS는 파워와 섬세함을 잘 융합하여, 포르티시모의 위력과 무게감을 충실히 전달하면서도 곡의 디테일과 악기의 다이내믹스를 드러내는 놀라운 정교함과 섬세함을 과시한다.
XS를 통해 Naim은 NAIT 라인의 대중화에 한 발짝 다가섰다. 초기 NAIT 모델처럼 음악적으로 풍부하며, 군더더기 없는 설계 속에 정교함과 균형감각이 빛나는 기기이다. HFC - Malcolm Steward
Q&A
Naim의 세일즈 매니저 더그 그레이엄씨에게 NAIT XS의 사용 편의성에 관해 몇 가지 질문을 던졌다.
HFC: XS는 박스에서 꺼내자마자 듣기 좋은 사운드를 내주더군요. 이전 Naim 기기는 사실 그렇지는 않았지요. 달라진 이유는 뭔가요?
DG: 저희 경험으로 보면 워밍업과 길들이기 과정을 거쳐 사운드가 향상되는 현상은 NAIT XS에도 마찬가지입니다. 사용하신 리뷰 샘플은 어느 정도 길이 들었고 완전히 워밍업 되면 더 훌륭한 소리를 들려줄 겁니다. 하지만 박스에서 꺼내자마자 괜찮은 소리를 들려줬다니 저희 회사 설계솜씨가 향상되었나보네요!
NAIT XS가 겨냥하고 있는 주요 고객층은 누구입니까?
아마 Naim 기기는 이번이 처음인 분들이 다수일 겁니다. 물론 ‘Olive’ 라인을 사용하시다 NAIT XS의 업그레이드 가능성과 출력에 이끌려 전향하실 분들도 있을 거고요. 이 앰프가 적지 않은 사람들에게 놀라움을 안겨주리라 믿습니다.
포노 단자는 DIN 단자와 같은 수준의 절연 성능을 제공합니까? 아니면 성능 면에서 어쩔 수 없이 한계가 있다고 봐야 하나요?
포노 단자는 저희가 권하는 방식은 아니지만, 일부 소비자의 불편함을 고려하게 포함하게 된 것입니다. 저희 제품이 Naim만으로 이루어지지 않은 시스템 속에서도 불편 없이 사용되기를 원하니까요. 하지만 융통성도 좋지만 그렇다고 편리함만을 위해 저희가 최고의 단자라고 믿는 DIN 단자는 포기하지는 않을 겁니다. 앞으로도 DIN으로 전기적이고 사운드적인 이익을 제공하면서도, 일반 포노 소켓으로 융통성도 함께 선사할 예정입니다. CD 플레이어와 프리앰프에 두 커넥션을 모두 장착한 이후 저희에게 들어온 소비자의견이 흥미로운데요. 둘 다 시도해본 분들이 과연 무엇을 더 선호하게 되었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