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 MORE JITTER
지터가 없는 디지털 기기가 과연 존재할까? 우리는 절대 있을 수 없다고 믿고 있지만
그런 상식을 깨는 획기적인 디지털 제품이 등장했다. 디지털 오디오의 역사적 사건들
을 다루어왔던 안드레아스 코치가 설립한 신생 업체 Playback Designs는 지터가 없
다는 신기술로 또 한번 디지털 오디오에 역사적 사건을 일으키려 하고 있다.
사람들은 디지털은 언제나 똑같다고 생각을 한다. 100번을 복사해도, 100번을 CD로 구워도 원본과 같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런 디지털 소스들을 플레이어나 PC를 통해 들어보면 제각각 다른 음이 나온다. 설령 수 백 번 복사한 카피 CD가 원본 CD랑 똑같다 해도 재생 장치마다 모두 음이 다르다. 도대체 이유가 무엇일까? 많은 오디오파일들이 DAC와 아날로그 설계에 그 원인을 돌린다. 그런데 아이러니 한 것은 같은 DAC 시스템을 써도 트랜스포트가 달라지거나 음반이 아닌 파일 재생을 해도 음질이 그때마다 달라진다. 도대체 왜 그럴까?
디지털 엔지니어, 안드레아스 코치는 그 원인을 딱 한마디로 결론짓는다. ‘지터(Jitter) 때문이죠.’ 그는 스튜더, 돌비, 소니를 거치며 가는 곳 마다 획기적인 디지털 시스템을 내놓았던 인물이다. DAT 레코더, AC-3, DSD와 SACD 등 디지털 오디오 엔지니어링의 큰 획을 하나씩 남겨왔다. 그러던 그가 마지막으로 함께 했던 EMM Lab을 떠나 독자적인 디지털 오디오 시스템 업체를 론칭했다. Playback Designs 라는 미국의 신생 디지털 업체가 그 주인공으로 그 동안 다른 업체들이 선보이지 못했던, 전혀 다른 방식의 디지털 기기로 시장에 큰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그에 대한 자세한 경력은 박스를 참조).
그가 주장하는 기술적인 토대는 이렇다. 모든 디지털 신호들은 아무리 완벽하더라도 전송되는 과정에서 데이터 전송이 똑같은 타이밍에 보내지지 않고 보내는 타이밍이 그때그때 달라진다는 것이다. 이 타이밍의 흔들림이 지터라는 것으로 시간축상의 디지털 신호의 흔들림이 생긴다는 것이다. 그 흔들림인 지터를 완벽히 제거만 할 수 있다면 어떤 소스든지 똑같은 음을 들려줄 수 있다는 것이다. 문제는 소스가 자체가 아닌 전송과 재생 과정 중의 타이밍 싸움이라는 이야기다. 그래서 기존 오디오와는 다른 클록 설계 기법으로, 지터를 줄이는 것이 아니라 아예 지터가 없는 새로운 전송 및 재생 시스템을 만든 것이 이 Playback Designs의 독창적인 기술이라는 것이다. 그럼 이 창업한 지 1년된 신생 업체의 디지털 스토리를 들어보도록 하자.
새로운 재생 기술을 설계하다
창업한 지 1년이지만 대표이자 디자이너인 엔지니어 안드레아스 코치는 20여년의 업계 최고의 베테당 디지털 엔지니어이다. 돌비디지털이나 DSD 같은 기술을 만든 장본인 답게 그는 프로에서 쌓은 오랜 경험과 지식으로 이제 하이파이의 퀄리티를 한 차원 높이려 하고 있다. 그 출발점이자 목표는 아날로그이다. 많은 이들이 느끼는 아날로그에 대한 향수를 그는 인정하고 있다. ‘자연스럽죠. 사람들은 하이테크 디지털 기기의 음보다는 테이프나 LP 같은 옛날 음원들을 들을 때에 보다 더 음악을 음악적으로 받아들이고 음악에 빠져듭니다. 하지만 디지털을 들을 때는 신경을 곤두세우고 마치 흠집을 찾듯이 분석적으로 돌변합니다. 디지털이 들려주는 차갑고 냉소적인 문제점 때문이죠.’
하지만 디지털 베테랑인 그는 디지털에 대한 장점도 강조한다. ‘아날로그의 개성적인 음이 매력적이긴 하지만 모든 것을 아날로그로 했을 때에는 엄청난 음질 열화가 생깁니다. 필터링이나 음의 믹스 등 모든 프로세싱의 면면들에서 아날로그는 디지털에게 상대가 되지 못합니다. 따라서 아날로그의 개성과 디지털의 장점을 융합시켜 최고의 디지털 소스로서 아날로그적 사운드를 내도록 하는 것이 저희의 목표입니다. 이를 위해서 다양한 신기술을 도입한 것이죠.’
코치는 Playback Designs의 제품을 설계하면서 크게 두가지 개성적인 기술을 녹여 넣었다. 첫째는 앞서 언급했던 지터 문제다. 지터는 음을 탁하게 하고 음상을 흐트리는 디지털 오디오의 최대 적이다. 기존 업체들은 이를 해결하기 위해 디지털 신호의 심장 박동기인 클록에 대해 PLL(클록 신호의 위상 편이에 따라 클록의 타이밍을 다시 맞춰주는 클록 개선 기술)을 쓰거나 정밀도 높은 TCXO 내지는 루비듐이나 세슘 같은 소재의 단품 클록을 쓰기도 한다. 이들은 지터의 오차를 극도로 줄여 가장 정확한 신호 재생을 추구한다.
이에 반해 Playbacks는 아예 지터라는 개념이 존재할 수 없는 PDFAS (Playback Frequency Arrival System)라는 혁신적인 기술을 고안해냈다. 이 기술의 동작 원리나 정확도 등에 대해서는 아직 정확한 페이퍼를 받지 못했기에 상세한 기술을 소개할 수 없으나 기본 내용을 소개하면 이렇다.
대다수의 DAC들은 많은 데이터를 받아 데이터의 비트 내용(16비트, 20비트 또는 24비트 등)에 맞는 정확한 아날로그 신호를 만들어낸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일정한, 똑같은 타이밍마다 정확한 아날로그 신호를 만들어내야 하는데 그 일정한 간격에 대해서는 대개 외부의 클록 제네레이터 같은 것에 의지하는 것이 그나마 최선의 해법으로 제시되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코치는 발상의 전환을 해보았다. 클록 신호 자체를 원천적인 아날로그 파형으로 생각하여 이를 디지털 신호로 바꾸어 인식하는 것이다. 즉, 연산 장치에서 매 시간 발생되는 클록을 디지털화하여 처음에 정해 놓은 기준 디지털 수치(마스터 클록의 주파수)와 빼기 연산을 취하는 것이다. 즉, 빼서 ‘0’라는 결과가 나오면 지터가 없는 것이고 만약 빼서 일정한 오차 수치가 나오면 다시 클록에서 이 수치만큼을 뺀 디지털 신호를 만들어 이를 아날로그로 바꾸어 클록으로 사용한다는 것이다. 그것이 PDFAS의 개념이다.
어렵다면 간단히 이해하자. 클록 자체를 디지털 신호로 AD 변환을 하여 원치 않는 클록 오차가 생기면 해당 오차만큼을 보정한 디지털 신호를 만들어 다시 DA 변환을 하여 본래의 정확한 클록을 만든다는 것이다. 참으로 기묘하고도 신기한 발상이다. 클록 자체를 디지털화하여 정확한 타이밍을 얻는다는 것이다. 코치의 말대로 지금까지 이런 방식의 플레이어나 디지털 기기는 존재하지 않았다.
두번째 개선점은 DSP, DAC 또는 OP 앰프 같은 칩들의 사용이다. 모든 디지털 오디오 업체들은 버브라운이나 아날로그 디바이스 같은 업체들의 DSP, DAC 칩 또는 OP 앰프 같은 부품들로 제품을 설계한다. 하지만 아무리 고급의 칩이라 해도 칩의 원천적인 회로 설계가 갖는 문제점들을 존재한다. 따라서, 칩 자체의 한계, 칩 자체의 스펙 문제, 단점들이 있기 마련이다. 하지만 제조 업체들은 이를 감수하고 이런 반도체 칩을 써야 한다. 코치는 그 문제점을 지적했다. ‘아무리 좋은 DAC 칩이라 해도 칩 속에 담긴 디지털 필터들은 다양한 문제점들이 있습니다. 필터 설계에 따라 재생 신호에 미묘한 리플이 발생되기도 하고 필터링 이외의 대역으로 나뉘는 부분에서 상당한 피크 왜곡이 생기기도 하죠. 이외에도 DAC의 전압, 전류 회로 설계에서 오는 변환 오차도 있습니다. 제조 업체들은 이 모든 것을 감수해야만 합니다.’ 일종의 블랙 박스처럼 손을 댈 수 없는 반도체 칩에 대한 문제는 고스란히 제품의 음질적 타협으로 귀결된다는 이야기다. 그래서 코치는 Playback Designs의 모든 제품들에 반도체를 쓰지 않고 모든 회로들을, 단순히 OP 앰프를 풀어서 설계하는 것이 아니라 DSP 부분이나 DAC 칩까지도 모두 직접 게이트 어레이나 아날로그 회로로 설계해냈다.
‘아마 어떤 업체도 이런 식의 설계는 하지 못했을 겁니다. 하지만 플레이어나 DA 컨버터의 전 회로를 손수 설계할 수 있다면 앞서 언급했던 반도체 업체들의 대량 생산 칩셋들이 갖는 음질적 한계를 직접 컨트롤하고 튜닝할 수 있습니다. 그것이 Playback Designs의 DAC 시스템의 힘입니다.’
마지막으로 세번째 개선점은 모듈식 구성이다. 그 동안 디지털 기기들은 트랜스포트, DAC 시스템 만으로 제작되었다. 그리고 이 둘을 하나로 한 일체형 플레이어가 가장 대중적인 형태의 디지털 오디오였다. 하지만 CD만이 디지털 소스이던 시대는 지났다. CD 외에 DVD, SACD 같은 패키지 미디어들이 등장했으며 새롭게 음악 파일들이 등장하여 컴퓨터도 디지털 소스로 사용되는 시대가 되었다. 따라서 이러한 미디어 변화에 빠르게 대응하기 위해서는 모든 인터페이스가 모듈화되어 발빠르게 능동적으로 대처할 수 있게 설계한 것이다.
실제로 플레이어인 MPS-5 SACD/CD 플레이어는 MPD-5 DA 컨버터와 똑같은 제품이다. 설계시 모든 회로를 모듈화하여 트랜스포트까지도 모듈로 구성하여 MPD-5 컨버터를 사용하는 유저들은 언제든지 트랜스포트를 더해 SACD/CD 플레이어로 확장을 할 수 있다. 또한 MPS-5 플레이어 유저들도 입출력 모듈을 추가하면 USB 같은 단자로 PC를 연결하거나 광, 동축 단자로 PS3나 기타 미디어 플레이어의 사운드를 지터가 없는 Playback Designs의 사운드로 즐길 수 있게 했다.
현재 Playback Designs의 제품들은 수입 과정이 진행 중인 상태로 조만간 본지를 통해 제품 리뷰가 진행될 예정이다. 리뷰가 되면 보다 상세한 이들 제품의 특징과 장점 그리고 정말 이들의 기술이 그러한 차이를 보여줄 수 있는지 알게 될 것이다.
지터가 없다는 디지털 기기! 오디오파일들에게는 파라다이스로만 여겨지던 그 세계가 과연 안드레아스 코치의 Playback Designs로 현실화가 될 수 있을까? 이 단순하면서도 획기적인 아이디어의 새로운 디지털 기기를 빠른 시간내에 만나 볼 수 있기를 기대한다.
Developer Story Andreas Koch
안드레아스 코치 (Andreas Koch)는 디지털 엔지니어로 스위스의 스튜 더 레복스에서 1982년 세계 최초의 비동기 디지털 오디오 샘플레이트 컨버터를 만든바 있다. 1984년 MP3, 돌비디지털과 같은 필터 뱅크 방식의 디지털 오디오 압축 기법을 최초로 선보인 바 있으며 이후 1985년 샌프란시스코의 돌비 연구소에서 돌비 최초의 디지털 오디오 압축 알고리듬인 AC-1의 인코더와 디코더를 완성시켰다. 1987년 그는 돌비를 떠나 다시 스튜더 레복스로 돌아와 프로페셔널 디지털 오디오 테이프 레코더(0.5in 테이프에 48채널 DASH 포맷으로 녹음하는)를 개발했고 다양한 하드디스크 기반 디지털 레코더의 R&D에 힘을 쏟았다.
1990년 미국 캘리포니아에 있는 스튜더 에디테크로 전출되어 스튜디오의 마스터링 및 포스트 프로세싱 과정에서 사용하는 세계 최고 사양의 프로페셔널 하드디스크 레코더의 개발 팀장으로 프로젝트를 진행 했다. 그 결과물로 1992년 “Dyaxis”라는 유저 인터페이스를 내놓았다. 그 이듬해에 플로리다에 있는 소니에서 프로페셔널 오디오 제품군의 개발을 검토하며 다양한 디지털 믹싱 콘솔을 내놓았다. 1997년에는 소니로 완전히 자리를 옮겨 당시 소니 필립스가 표준화를 추진하던 SACD와 관련, 세계 최초의 8채널 DSD 레코딩/ 편집/ 믹싱 장비인 소노마(Sonoma)를 완성시켰다. 이 프로젝트에서 코치는 모든 A/D, D/A 과정의 모든 디지털 회로를 설계한 장본인으로 SACD의 DSD 포맷의 표준화에 큰 역할을 담당했다. 2003년까지 그는 소노마를 8채널에서 32채널 DSD 시스템의 싱글 PC로 확장시켰고 필립스와 함께 SACD 표준화 위원회의 일원이었다.
이후 2003년 에드 마이트너의 EMM Labs에 합류하며 프로페셔널 기기와 컨슈머 오디오 등의 모든 디지털 오디오 제품들을 설계했다. EMM에서 혁명적이라 할 수 있는 새로운 샘플레이트 변환(업샘플링) 알고리듬을 설계하여 사실상의 오리지널 SRC 발명가 중 한 사람이라 할 수 있다. 또한 기존의 반도체 타입의 DAC 칩이 아닌 디스크리트로 설계한 회로 방식의 DAC를 개발해냈다. 여기에 디지털 오디오 신호 전송 과정에 독특한 구조의 클록 관리 기법을 적용하여 디지털 오디오 전송 정확도를 높였다.
이후 2008년 코치는 직접 Playback Designs라는 회사를 설립, 일체형 SACD/CD 플레이어를 내놓았다. 이 제품은 다양한 디지털 입력을 갖춘 제품으로 25년에 걸친 그의 모든 경험, 지식 그리고 알고리듬들을 사용하여 완성된 디지털 오디오의 집대성 이라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