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엔드 하이파이의 미래
하이엔드의 구루, 마크레빈슨이 엄청난 가격의 파워 앰프로 하이엔드 앰프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하기 시작했다.
마크레빈슨은 하이엔드 오디오의 메카라 불려도 손색이 없다. 단지 하이엔드 오디오의 세계를 개척했던 파이오니어인 것에 그치지 않고 때마다 향후 오디오가 어디를 향해야 할지 비젼을 제시해 주고 있기 때문이다. 마크레빈슨의 제품을 사용하는 사람은 제품에 담겨진 앞선 기술력과 높은 수준의 완성도 그리고 출중한 성능을 통해서 마크 레빈슨이 제시하는 오디오의 미래를 남보다 먼저 누릴 수 있는 기회를 부여받게 된다. 마크레빈슨의 새 제품 No.53 모노블럭 파워 앰프는 그저 예전의 레퍼런스 파워앰프였던 No.33을 대체하는 개량 제품이 아니다. 이 제품에는 오디오 역사에서 한 획을 그을 만큼 놀랄 만한 내용이 담겨져 있다. 마크레빈슨은 전설이 된 명기 ML-2를 통해서 트랜지스터 앰프로도 진공관 앰프를 대체할 만한 가능성이 있다는 것을 입증했던 것처럼, No.53을 통해서 하이엔드 오디오의 세계에서 스위칭 증폭이 리니어 증폭을 대체할 만한 가능성이 있다는 것을 증명하고 있다. 즉, 미래의 앰프 역사가 바뀌어지게 될 것임을 시사하고 있다.
스위칭 증폭 기술
스위칭 증폭에 대해서는 생소하신 분도 있고 불분명하게 알고 계시는 분도 있을 것 같아 용어나 개념에 대해 간략하게 설명을 드리겠다. 미래의 하이엔드 오디오에서는 스위칭 증폭이 자주 등장하게 될 수 있으니 이번 기회를 통해서 개념을 재정립해보시는 것도 좋겠다. 그리고 난 다음 마크레빈슨이 개발한 IPT 스위칭 증폭 기술이 기존의 스위칭 증폭에 비해서 어떤 점이 나은지를 설명 드리려고 한다.
앰프는 전원 회로와 입력단과 출력단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 중에서 설명드릴 부분은 출력단의 증폭 방식에 대한 것이다. 우리에게 보편적으로 알려진 아날로그식 출력 증폭은 리니어 증폭이라고 불리기도 하는데 100년 정도 기술 축적 기간이 있는 충분히 숙성되고 보편화된 기술이다. Class A, Class B, Class AB, Class AB+ 증폭 방식이 여기에 해당한다. 그에 비해서 스위칭 증폭방식은 트랜지스터를 켜고 끄는 조작을 통해서 출력을 증폭하는 것으로 그 개념의 시작은 70여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Class D 증폭이 여기에 해당한다. 여러 업체에서 Class D 증폭을 개량한 방식을 고안하여 특허권을 가지고 있다.
No.53의 신호 변조 회로
앰프는 크게 3개의 분리된 공간으로 나뉘어 있고 맨 위의 상판 부분에는 입력되는 신호를 PWM으로 바꿔주는 변조 회로가 설계되어 있다. No.53은 디지털 앰프가 아니라 아날로그 신호를 증폭하는 class D 앰프이다. 따라서 아날로그 신호를 D급 증폭이 가능하도록 PWM 형태의 신호로 변환을 해주어야 한다. 이 변조 회로가 아날로그 신호를 스위칭 펄스 형태로 만들어 바로 아래의 마크레빈슨 특허 회로 IPT 증폭 회로로 전달한다.
스위칭 증폭 방식은 음질 보다는 기능성이나 효율성 면에서 많은 장점이 있으므로 주로 로우 엔드쪽의 오디오를 개미떼처럼 장악해 버렸다. 하지만 정작 하이엔드 오디오쪽에는 명함을 내밀지 못하고 있다. 하이엔드 오디오 시장에서는 전원부의 전기 변환 효율이 좋은 스위칭 전원 회로를 사용한 제품들이 환영 받았던 적은 있었지만 출력단에 스위칭 증폭 방식을 채용한 앰프들은 좋은 대접을 받지 못하고 있다. 전자에 해당하는 제품에는 코드, 린, 핼크로 등의 걸출한 제품이 있으나 후자에 제품에는 스펙트론이라든지 제프 로우랜드의 일부 제품(아이스 파워를 채용한 제품) 정도가 알려져 있을 뿐이다. 이처럼 스위칭 증폭 방식을 채용한 앰프가 오디오 애호가들에게 인정받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은 스위칭 증폭 방식을 채용한 앰프가 까다로운 오디오 애호가들로서는 감내하기 힘든 결정적인 단점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스피커를 구동하는 힘도 약하고 소리도 어색하다.
스위칭 증폭 방식은 동작 원리상 스위칭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고주파 노이즈가 발생한다. 이 노이즈가 오디오 신호에 영향을 주지 않게 하기 위해 필터를 사용하고 있다. 문제는 기존의 필터링 방식이 부적절해서 가청 주파수 대역까지도 영향을 준다는 것이다. 그리고 스위칭 증폭 방식은 동작 원리상 플러스 출력을 내는 소자와 마이너스 출력을 내주는 두 소자가 번갈아가며 스위칭하게 된다. 스위칭 하다가 두 장치가 동시에 동작하게 되면 소자가 파괴되므로 이를 방지하기 위해 플러스를 담당하는 소자가 동작하고 그 다음 마이너스를 담당하는 소자가 동작할 때 시차를 두어야 한다. 이 시차가 있는 동안에는 아무 신호도 처리할 수 없어 무음의 시간이 되며 이를 dead-band time이라고 부른다. 좋은 음질을 추구해서 dead-band time을 줄이려다가 잘못하면 트랜지스터를 파괴시킬 수도 있다. 이 부분은 2인1조로 하는 떡방아질을 연상하면 이해가 쉬울 것이다. 떡메를 쥔 사람이 떡메로 떡반죽을 내리치고 떡메를 치켜드는 사이 다른 사람이 손으로 떡반죽을 뒤집고 다시 손을 빼면 다시 떡메로 떡반죽을 내리치는 것인데, 서두른다고 하다가 손을 빼기도 전에 떡메질을 하면 떡반죽을 내리치는게 아니라 손을 내리치게게 되는 것과 비슷하다. 그렇다고 소자의 안정성을 위해 dead-band time의 시차를 벌이자니 음질이 희생되니 이럴수도 없고 저럴수도 없는 모순되는 상황이 된다. 스위칭 증폭 방식의 앰프로 음악을 재생해보면 악기의 음색이 어색하고 음악의 향취가 제대로 표현이 되지 않는 것은 이런 여러 가지 이유가 섞여있기 때문이다.
스위칭 증폭방식의 앰프가 스피커를 구동하는 능력이 뒤떨어지는 부분은 스위칭 증폭 방식을 일부 개량해서 구동 부분을 극복할 수 있다고 하더라도 앰프에서 음색을 망가트리는 것은 어떻게 되돌릴 방법이 없다. 하이엔드 오디오의 기준에서 스위칭 증폭 방식이 용납되는 분야가 고작 서브우퍼에 불과한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No.53의 내부 구조
사진처럼 이 대형 앰프는 3층 구조로 나뉘어 있다. 가장 아래인 1층에는 앰프의 토대가 되는 전원 회로가 있다. 약 2800w급의 대형 토로이덜 트랜스포머를 중앙에 놓고 앞 뒤로 47,000uF의 전원 정류용 커패시터가 자리를 잡는다. 2층에는 실질적인 증폭 회로인 IPT로 설계한 D급 증폭 회로가 있다. D급이면서도 밸런스드 구조로 설계되어 1000w 이상을 출력한다. 3층에는 아날로그 입력 신호를 증폭을 위한 펄스 형태로 바꾸어주는 변조 회로가 자리 잡고 있다.
스위칭에 대한 마크레빈슨의 해법, IPT
마크레빈슨은 10여년간 연구해온 IPT(Interleaving Power Technology)라는 기술로 스위칭 증폭이 가지고 있는 문제에 대한 해법을 제시했다. IPT기술도 스위칭 증폭 방식이므로 스위칭 노이즈가 발생한다. 그리고 dead-band time이 존재한다. 다만 다른 스위칭 증폭 방식보다 창조적이고 현명하게 설계해서 필터링을 적게, 쉽게, 효과적으로, 오디오 대역에서 음색을 손상시키지 않게 구현했다는 것이고, 음질이 손상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 dead-band time이 극히 짧게 했음에도 불구하고 출력석을 보호할 수 있는 안정성을 확보하는 방법을 찾았다는 것이 다른 스위칭 증폭 방식과 IPT가 다른 점이다.
설계를 하다가 마주치게 되는 모순 사항에서 이를 해결하는 방법에는 교묘하게 타협점을 찾는 방법과 완전히 창의적인 방법을 통해서 해결하는 방법이 있는데 마크 레빈슨은 창의적인 방법을 통해서 해결 방법을 찾은 것이다. IPT의 좋은 점은 신호의 음색을 고스란히 보존한 것에 그치지 않는다. 전대역에 걸쳐 네가티브 피드백을 걸어 댐핑 팩터와 주파수 응답을 개선시킬 수 있게 되었다. 또한 기존 스위칭 증폭 기술에 비해서 THD를 낮추었고 다이나믹 레인지를 확장시켰으며 출력도 높일 수 있었다. 특히 출력 소자의 전압 스트레스를 최소화 할 수 있게 되었다고 한다. 스피커에는 왜곡이 없는 깨끗한 전류를 공급하는 능력을 갖추고 있어 더 높은 파워를 제공할 수 있다고 한다.
그 결과로서 귀로 느낄 수 있는 차이를 만들어 냈다고 하는데 엄청난 다이나믹 레인지를 실현하여 클래식 연주를 순발력 있게 재생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리니어 앰프에서 발생하는 전류 제한 현상이 나타나지 않아서 귀에 거슬리는 찌그러짐이 사라지게 된다고 설명하고 있다.
No.53의 연결
이 앰프는 거대한 class D 방식의 앰프지만 디지털 앰프는 아니다. 따라서 동축이나 광 또는 AES/EBU 같은 디지털 입력 단자는 없다. 오직 순수한 아날로그 신호인 언밸런스 및 밸런스드 입력만 연결 가능하다. 맨 위에 있는 단자들은 마크레빈슨 기기들끼리 연결되는 컨트롤 링크 단자와 12v 트리거 단자들이다. 스피커 터미널은 이들의 전매 특허라 할 수 있는 허리케인 바인딩포스트.
500w급 대출력의 거함
이제는 제품의 제원을 살펴볼 차례, 마크레빈슨 No. 53은 8옴에서 500w 출력을 내며 크기는 높이 53cm, 폭 23cm, 깊이 53cm, 무게는 60kg이다. 디자인은 전작에서 많이 달라지지 않았지만 좀 더 심플하고 정갈한 분위기로 마무리해서 세련된 느낌을 받게 해준다. 특히 마감이 훌륭하다. 모서리나 이음매가 매끈하게 잘 손질되어 있고 손을 대지 않아도 눈으로 질감을 즐길 수 있게 해 줄 정도로 표면 처리가 뛰어난 수준에 도달해 있다. 제품의 내부는 각기 분리된 세 개의 격실에 콘트롤 회로, 증폭부, 전원부가 수납되어 있다. 격실을 만든 이유는 각기 다른 역할을 하는 회로들로부터 차폐와 격리를 시키기 위함이라고 한다. 바닥쪽에는 전원 회로가 있고 중간에는 증폭부가 있고 윗쪽에는 콘트롤 회로가 자리하고 있다.
토로이달 트랜스포머는 2.8kVA의 용량이며 4개의 47,000uF의 커패시터와 함께 사용되고 있다. 스위칭 증폭의 높은 효율을 생각하면 넘칠 정도의 용량을 가진 전원을 가진 셈이다. 증폭 방식은 스위칭 증폭을 이용하고 있는데 비해 전원 회로는 전통적인 리니어 파워를 사용했다. No.53이 No.33에 비해서 앰프의 무게가 많이 줄어들었다고 하지만 여전히 무게가 많이 나가는 이유도 그 때문이다. 전원은 증폭부에서만 사용하는 것이 아니고 입력단에서도 사용하는 것이니 충실한 전원공급능력은 여전히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중간부에는 4개의 증폭부가 있고 콘트롤 회로는 자체의 독립 전원을 사용하고 있다.
청취는 GLV의 레퍼런스 룸에서 했다. 몇 시간에 걸쳐서 다양한 프리앰프와 소스기기 그리고 케이블을 조합하여 들어봤는데 매칭에 따라서 다양한 스타일을 연출할 수 있었다. 스위칭 증폭 방식의 파워 앰프는 비슷한 소리가 날 거라고 여기시는 분들이 계실 것 같은데 그런 일은 일어날 수 없다. 왜냐하면 만든 곳, 만든 사람에 따라 입력단의 설계도 다르고 나머지 출력단과 파워서플라이 사이의 밸런스 등이 서로 같을 수 없기 때문이다. 일반 리니어 증폭 방식 파워앰프가 만들기에 따라 다른 소리가 나오는 것처럼 스위칭 방식 파워앰프도 그런 점에서 동일하다고 여기시면 되겠다.
뛰어난 장악력과 세련된 음색
마크 레빈슨 No. 53은 음색의 재생에서 이상한 점을 느낄 수 없다. 오히려 기존의 마크레빈슨 시리즈들이 가지고 있는 버릇을 없앴고 아주 반응이 빠르고 충실하게 신호를 재생하여 초하이엔드급의 음색을 재생할 수 있게 되었다. 현재 마크레빈슨 제품의 소리를 책임지는 사람들의 감각이 예전보다 훨씬 더 업그레이드되었다는 것을 느끼게 해준다. 파워 앰프는 음악 신호를 제 타이밍에 올바를 소리와 강도에 맞게 나올 수 있도록 스피커에게 에너지를 공급해줘야 하는 질적인 면을 책임져야 할 뿐만 아니라 전 대역의 밸런스가 무너지지 않도록 소리를 내게 해줘야 하는 구동력을 제공해 주어야 할 의무를 가지고 있다. 그런 스피커를 장악한다는 능력면에서 마크 레빈슨 No. 53은 전대미문의 수준이라고 할 정도로 뛰어났다. 다른 여러 파워앰프들 가운데 구동력이 부족한 파워앰프로 레벨 울티마 살롱2 스피커를 울려대는 것을 보면 항공모함이 바닥이 얕은 서해 바다쪽으로 접안이라도 하는 것처럼 불안하게 지켜봐야 할 때가 있다. 배 바닥이 바다 바닥에 닿아 좌초되지나 않을까 노심초사하게 만드는 것이다. 그러나 마크 레빈슨 No.53은 태평양 한 가운데에 항공모함이 떠있는 것 같다. 항공모함을 두둥실 사뿐하게 떠받치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이다. 그러다가도 광폭한 음악에서는 엄청난 힘으로 파도를 일렁이게 해서 가볍게 항공모함을 위로 솟구치게 하고 또 곧바로 처박히게도 한다. 튼튼하지 않은 배가 그 풍랑에 빠진다면 배가 쪼개지지 않을까 염려하게 만들 정도로 앰프가 완벽하게 스피커를 장악한다.
마크 레빈슨에서 오랜 침묵을 깨고 내놓은 No.53 모노블럭 파워 앰프는 우리를 미증유의 세계로 초대했다. 기존의 리니어 증폭 기술을 사용한 파워 앰프로는 실현 시킬 수 없었던 상상의 세계를 실현했다. 마크 레빈슨은 창조적인 기술 개발로 오디오 애호가의 꿈을 이루는 기술을 빚어냈고 마크레빈슨 No. 53모노블럭 파워는 그 기술이 실용화 되었음을 당당히 밝히는 오디오의 기념비적인 제품이다. 일단 들어보면 미래의 오디오 패러다임이 크게 바뀌게 될 것임을 누구나 예감하게 될것이다. HFC 문한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