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펄의 축복
킴버의 하이엔드 라인이 한층 굵직해졌다.
“셀렉트”라는 말은 킴버에게 있어서 최고의 최상의 케이블 라인업을 나타내는 표식이다. 이미 십수년이 된 이 시리즈는 긴 시간이 흘렀음에도 별다른 이름이나 디자인의 변화없이 그때나 지금이나 그대로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장에서 여전히 최고의 케이블로 손꼽힌다. KS-1136은 셀렉트 중 밸런스드 인터커넥트 케이블 부문의 최상이 모델이었던 KS-1130를 한단계 업그레이드한 새로운 플래그십 인터커넥트 케이블이다.
셀렉트 시리즈가 유명한 것은 킴버의 최고 소재인 블랙펄 실버 도체를 사용했기 때문인데 블랙펄 실버 도체가 쓰이지 않은 것이 셀렉트의 엔트리급이고 중간 모델들은 신호 라인만 블랙펄 실버를 쓰고 접지 라인은 동선을 사용한다. 최상위 모델들은 전체를 블랙펄 실버로만 사용하여 제작한다. 즉, 이 KS-1136은 블랙펄 실버로 완성된 제품이다.
킴버가 말하는 블랙펄 실버란 이렇다. ‘블랙펄 도체는 초고순도의 은도체로 시작했다. 도체를 뽑아내는 과정이 특별한데 덕분에 일반 도체의 표면보다 훨씬 더 스무드하며 오염(순도의 저하)가 일반 도체보다 월등하게 적다. 특히 인상적인 점은 표면에 입혀지는 테플론 인슐레이션의 적용이다. 대부분의 업체들은 도체를 뽑아내는 동안 플라스틱 소재의 튜브를 그대로 도체에 함께 입힌다. 하지만 블랙펄은 압력 사출 방식으로 은도체를 뽑아내는데 이때 플라스틱에 고압을 가해 튜브를 함께 은도체에 입히는데 고압 덕분에 인슐레이션과 도체 사이의 공기층이 발생되지 않게 해준다는 특징이 있다’고 한다. 아무튼 어려운 이야기지만 더 매끄러운 표면과 고순도의 은선을 쓰고 절연체로 테플론을 쓰고 또한 선재의 압출 과정에서 함께 고압으로 테플론을 입혀 완전 밀착시켜 그 순도나 공기층을 없애 소재 본연의 성능을 100% 발휘하게 한다는 의미. 어렵다.
이제는 동생이 된 KS-1130과 새 보스가 된 KS-1136의 차이는 도체의 심선량이 증가한 것이다. 심선의 개수가 전작에 비해 신제품은 3배나 늘었다. 덕분에 케이블의 질량이 높아졌고 이를 통해 더 넓은 대역폭과 더 깊은 저음을 낼 수 있다고 한다.
테스트에는 마란츠의 SA-14 플레이어와 어큐페이즈의 C-2800, 크렐의 FPB-450Mcx를 사용했으며 스피커는 펜오디오 Serenade이다. 케이블은 소스와 프리앰프 사이에 연결했다. 기존에 킴버의 KS-1130을 사용해봤기 때문에 옛 성능을 떠올리며 다시 이번에 KS-1136과 형제간의 대결 구도를 만들게 되었다.
사운드 퀄리티
KS-1136이 들려주는 음은 확실히 질감과 스테이징, 임장감 면에서 한단계 높은 진화를 느낄 수 있었다. 개방감, 공기감, 투명도, 해상력 모두 우수하다. 특히KS-1130에 비해 저역의 익스텐션이 좀더 깊고 나름 저역의 두께감도 좋아졌다. 솔직히 킴버 케이블들은 뉴트럴한 성향이라고 보기 어려운 케이블이다. 아무래도 저역보다 중고역에서 강점이 있고 저역 깊이나 확장감, 양감적인 측면에서 착색이나 고유 컬러링이 다소 강하다. 신기한 것은 그런 개성이 상당히 마술적인 사운드를 만들어내는 힘을 갖고 있다. 그래서 중고역에 대해서는 거의 누구든 이의를 제기하지 않지만 저역에 대해서는 취향에 따라 호불호가 갈리는 경우도 있었다. KS-1136은 배가된 블랙펄의 위력 덕분에 영화 제목과 같은 저주가 아니라 블랙펄의 축복이다. 저역은 한층 생동감과 탄력, 양감 모두 향상되었다. 물론 킴버다운 색깔은 여전하지만.
캐롤키드나 칼라보노프의 솔로 보컬과 기타 연주의 곡들을 들어보면 보컬의 안정감이나 매끄러운 발음에 큰 차이를 느낀다. 매끄러움과 질감 표현이 확실히 다르다. 특히 기타 연주의 핑거링이나 울림에서는 1130에서 아주미미했지만 조금 나타나던 약간 짜릿한 고역의 입자감의 일부가 완전히 순화되어 자연스러운 음으로 변신한다. 기계적인 색채가 사라지고 순음악적인 음이 나온다. 또한 홀톤이나 배경의 하모니를 넣어주는 백보컬의 발음도 훨씬 자연스럽고 사실적이다.
“분명 1130의 사운드보다도 훨씬 스케일이나 깊이감, 파워면에서
앞서있다. 부밍도 거의 일으키지 않으면서 말이다.”
대편성 오케스트라로 가면 이 케이블의 최대 장점이 쏟아져 나온다. 스트라빈스키의 <불새 모음곡>을 들어보면 카쉬체이의 춤이나 피날레에서 팀파니의 초저역이나 오케스트라의 자극적인 금관 및 총주의 강력한 에너지가 뒤섞여도 음들이 딱딱해지지 않는 자연스러움을 들려준다. 특히 개방감과 탁월한 고역의 선명도와 디테일 재현 그리고 공기감으로 훨씬 사실적인 콘서트홀의 분위기를 안겨준다. 무엇보다도 팀파니가 완벽히 컨트롤된 자연스러운 저음으로 깊이감이나 질감, 에너지 모든 면에서 뛰어난 밸런스를 유지한다. 분명 1130의 사운드보다도 훨씬 스케일이나 깊이감, 파워면에서 앞서있다. 부밍도 거의 일으키지 않으면서 말이다.
킴버의 새 플래그십 밸런스드 인터커넥트 케이블은 외적인 요소로는 단순한 블랙펄 도체의 양적 증가만으로 치부할 수도 있다. 아무리 봐도 기술적으로 개선된 부분은 없어보이니 말이다. 하지만 그 증가된 도체와 이를 치밀하게 재구성한 구조적인 완성도로 분명 기존 플래그십을 훌쩍 뛰어넘은 사운드로 새로운 하이엔드 표준을 제시했다. 아쉬운 것은 가격의 상승이다. 누구나 쉽게 살 수 있는 케이블은 절대 아니지만 절대 성능을 찾는 오디오파일이라면 피할 수 없는 선택이다. HFC - 성연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