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선 디지털케이블이 선사한 레벨이 다른 음 ―
PAD 30th Anniversary USB케이블 & CAT7 이더넷 케이블
오디오 케이블처럼 온갖 미신과 마케팅 술수가 난무하는 분야도 없다.
하지만 상식적으로 생각하면 케이블도 합리적으로 선택할 수 있다.
이번 시청기인 퓨어리스트 오디오 디자인(Purist Audio Design)의 USB 케이블 ‘30th Anniversary USB Cable’과 이더넷 케이블 ‘CAT7 Ethernet Cable’도 예외는 아니다.
제조사 논리에 휘둘리기 전에, USB 케이블과 이더넷 케이블은 어떤 구조인지 짚어보는 게 옳다.
오디오에서 주로 사용하는 USB 케이블은 소스 기기에 꽂는 USB-A 타입 단자와 DAC에 꽂는 USB-B타입 단자가 양쪽에 달렸다.
두 단자 모두 4핀을 갖췄는데 2핀은 전원선(+, 그라운드), 2핀은 신호선(+, -)과 연결된다.
한마디로 인터커넥트나 파워 케이블과는 달리, 신호선과 전원선이 함께 포함된 것이 USB 케이블의 가장 큰 특징이다. 이는 이더넷 케이블도 마찬가지다.
8가닥 선재로 이뤄진 이더넷 케이블은 신호 송신선이 1번과 2번, 신호 수신선이 3번과 6번, DC+ 선재가 4번과 5번, DC- 선재가 7번과 8번이다.
이더넷 케이블에는 또한 전송 속도와 대역폭과 관련해 산업표준이 있는데 CAT7의 경우 전송 속도 10Gbps, 대역폭 600MHz를 충족시켜야 한다.
따라서 이들 케이블의 음질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은 1) 디지털 신호의 스피드와 관련한 신호선의 품질, 2) 전원선에서 방사되는 전자파 노이즈의 실딩 수준, 3) 신호선과 전원선에 투입되는 절연체의 품질, 4) 단자의 품질 등으로 요약된다.
특히 두 케이블 모두 신호선과 전원선이 한 케이블에 모두 들어 있다는 점에서 두 선재의 실딩과 절연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제 이런 관점에서 이번 시청기를 살펴보자. 퓨어리스트 오디오 디자인(PAD)은 미 공군에서 전자공학 기술병으로 복무했던 짐 오드(Jim Aud)가 1986년 설립한 미국 케이블 제조사.
극저온과 강한 자기장에 여러 번 선재를 노출시키는 크리오맥(Cryomag) 기술 등이 이들의 시그니처다.
30th 애니버서리 USB 케이블은 2017년에 등장한 Diamond Revision 시리즈, CAT7 이더넷 케이블은 2015년에 등장한 Luminist Revision 시리즈 소속이다.
먼저 30th 애니버서리 USB 케이블은 전원선과 신호선을 각각 PVC 피복을 입혀 분리시킨 다음 10cm 정도 간격으로 꼰 점이 눈길을 끈다.
또한 USB-A타입 단자 쪽에는 뭉툭한 부품이 만져지는데 이는 고주파 노이즈를 필터링하는 소형 토로이드다.
선재는 신호선과 전원선 모두 은선을 썼으며, 굵기는 신호선이 28AWG, + 전원선이 20AWG, 그라운드선이 28AWG다. 쉴딩은 2중(100% 포일, 65% 브레이드)으로 돼 있다.
CAT7 이더넷 케이블은 최대 100기가비트 신호까지 전송할 수 있으며, 신호선과 전원선 모두 연선 형태의 은선을 썼다.
실딩 재질은 단결정 은. 페어를 이룬 두 선재에 한 차례, 케이블 전체에 또 한 차례 실딩을 했다. 8가닥 각 선재의 유효 직경은 26AWG, 선재 저항은 0.03281옴에 그친다.
절연체는 열가소성 고무인 산토프렌(Santoprene)이다. 30th 애니버서리 USB 케이블과 CAT7 이더넷 케이블 모두 극저온+강자성 처리(Cryomag)를 거쳤다.
필자의 집에서 이뤄진 시청에는 네트워크 트랜스포트로 솜의 sMS-200 Ultra, DAC 내장 인티앰프로 파토스의 Inpol Remix MKII를 동원했다.
우선 PAD USB 케이블을 투입하니 기존에 쓰던 USB 케이블에 비해 배경이 적막해지고 소리가 깔끔해진 점이 확연했다.
두 케이블의 가격 차이를 감안해도 놀라운 변화다.
빌 에반스 트리오의 ‘Waltz For Debby’는 피아노의 한 음 한 음이 한결 깨끗하고 정갈하게 들리며 배경은 그야말로 딥블랙으로 펼쳐졌다.
빌리 아이일리시의 ‘Bad Guy’는 PAD USB 케이블 투입 시 드럼의 펀치감이 1.5배 정도 늘었고 무대는 입체적으로 변했다.
전체적으로 음에 생기가 돈다. 안드리스 넬슨스가 보스톤 심포니 오케스트라를 지휘한 쇼스타코비치 교향곡 제5번 제4악장은 팀파니의 기세가 한층 확실하게 전해진다.
축 처진 활엽수에서 시베리아 눈보라에 맞서는 강고한 침엽수림 이미지로 변모했다.
이 상태에서 기존 이더넷 케이블 대신 PAD 제품을 투입하니 리듬감이나 템포감 같은 주로 스피드와 관련된 항목들의 개선이 눈에 띈다.
최대 100기가비트까지 전송할 수 있다는 PAD 주장이 과장은 아니었던 셈. 덕분에 ‘Bad Guy’는 음색이 진해졌고, ‘Waltz For Debby’는 음 자체가 예뻐지고 고와졌다.
전도율이 좋은 은선 및 2중 실드, 전원선과 신호선의 확실한 절연 및 실딩 대책, 크리오맥 처리 등 음질에 영향을 주는 케이블 곳곳을 손본 당연한 결과다.
두 케이블 덕분에 평소와는 레벨이 다른 음을 만끽했다.
문의처:제이원코리아 02)706-543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