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질까지 잡은 독일산 멀티소스 플레이어 ―
T+A MP2000R MKII
T+A는 독일 하노버공대에서 플라즈마 물리학과 전기음향을 전공한 지크프리드 암프트(Siegfried Amft)씨가 1978년 설립한 제조사로, 앰프 증폭단에 고전압을 가하는 HV 테크놀로지로 유명하다.
라인업은 HV 테크놀로지를 전면에 내세운 HV 시리즈와, 이를 트리클 다운해 가격을 낮춘 R 시리즈 등으로 짜여 있다.
이번 시청기인 MP2000R MKII는 R 시리즈 소속이다.
MP2000R MKII는 CD 재생을 포함한 멀티소스 플레이어. PCM 32비트/384kHz 및 DSD512 사양의 DAC과 FM 튜너를 갖췄고, 룬(Roon)과 타이달, 코부즈 등을 직접 재생할 수 있다.
인터넷 라디오, 블루투스(aptX), UPnP도 된다. 2016년 MKII 버전이 되면서 새 마이크로프로세서를 통해 스트리밍 기능을 강화했고, 2018년에는 펌웨어 업데이트를 통해 룬 레디(Roon Ready) 인증을 받았다.
외관을 보면, 상판에 내부 모습 일부를 볼 수 있는 큼지막한 유리창이 눈길을 끈다. 전면 왼쪽에는 트레이 방식의 CD 플레이어가 장착됐고, 가운데에는 USB 스틱 메모리 플레이를 위한 USB-A타입 단자가 마련됐다.
CD 트레이는 알루미늄 재질로 동작이 상당히 매끄럽고 정숙하다.
이밖에 표시창과 컨트롤 노브, 다양한 조작 버튼이 마련됐으며 리모컨도 제공된다.
후면에는 디지털 입력단으로 동축 2, 광 2, USB-B 1, 아날로그 출력단으로 RCA와 XLR이 1계통씩 마련됐고, 이더넷 단자, FM 안테나 단자, 와이파이 안테나 단자, 그리고 USB 스틱이나 외장 하드디스크 재생을 위한 USB-A타입 단자도 있다.
동축 단자를 통해 디지털 출력을 할 수도 있다. DAC 칩의 경우 버브라운(Burr-Brown)의 32비트 듀얼 스테레오 칩 PCM1795를 채널당 4개씩 썼다.
따라서 채널당 총 8개 회로가 투입된 셈인데, T+A에서는 이를 ‘더블 디퍼런셜 쿼드러플 회로’라고 명명했다.
다수의 DAC 칩을 뒷단인 I/V 변환회로까지 차동/밸런스 회로로 짤 경우, 다이내믹 레인지와 SN비, 리니어리티는 높아지고 왜율은 줄어든다.
실제로 이같은 더블 디퍼런셜 쿼드러플 설계로 노이즈가 6dB 줄어들었다고 한다.
DSD 컨버팅은 통상 DAC 칩이 PCM과 DSD 음원을 모두 컨버팅하지만, MP2000R MKII는 T+A가 자체 설계한 트루 1비트 DSD 컨버팅 프로세스를 통해 이뤄진다.
이는 칩 컨버팅 과정에서 디지털 필터와 노이즈 셰이핑 등이 일으키는 착색과 왜곡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다.
또한 DSD는 컨버팅시 고주파 노이즈 제거가 필수인데 이를 한 칩에서 수행할 경우 PCM 음질까지 떨어진다는 것이 T+A의 설명이다.
한편 MP2000R MKII는 업샘플링 필터를 유저가 선택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사용되는 FIR 필터가 2종, T+A가 독자적으로 마련한 Bezier 필터가 2종이다.
업샘플링 과정에서 음악 신호 앞뒤에 에코를 만들어 내는 것이 FIR 필터의 문제점이었는데 이를 극복하기 위해 개발한 것이 Bezier 필터라고 한다.
개인적으로는 3번 Bezier 필터가 가장 아날로그에 가까운 음을 들려줬다.
시청에는 클라세의 Delta Pre 프리앰프와 Stereo 파워 앰프, 포칼의 Scala Utopia EVO를 동원했다.
음원은 룬(Roon)으로 주로 코부즈 스트리밍 음원을 들었고, CD 재생 성능 및 음질도 테스트했다.
노라 존스의 ‘How I Weep’는 음수가 풍부하고 단단하다는 것이 첫 인상.
다림질을 한 듯 매끈한 음이며 약간의 온기도 감지됐다.
다이내믹스와 분해능은 기본적으로 갖고 태어났다.
딥블랙의 배경은 채널당 4개 DAC 칩이 들어간 설계 덕분일 것이다.
클라우디오 아바도가 베를린 필을 지휘한 모차르트 레퀴엠 중 ‘디에스 이래’는 무대가 앞뒤로 입체적으로 펼쳐지는 가운데 남녀 합창단원들의 두께도 실감나서 크게 감탄했다.
‘투바 미룸’은 손에 꼽을 만큼 테너의 소릿결이 좋았고, 앞에 자리한 오케스트라의 여린 반주음도 끝까지 추적해 들려줬다.
웰메이드 소스기기가 아니면 맛볼 수 없는 디테일과 표현력이다.
주다스 프리스트의 ‘Metal Gods’를 CD로 들어보면, 악기들이 전면에, 보컬이 뒤에 포진한 입체감과 레이어감이 돋보인다.
음들을 삼지사방에 흩뿌리는 솜씨도 여간내기가 아니다.
네트워크 스트리밍 재생 때보다 중앙 무대의 밀도감과 포커싱 능력이 늘어났다.
이어 ‘Breaking The Law’를 재생하면 리듬 악기들이 잘 들리며, 시청실 바닥 곳곳에서 음들이 성큼성큼 활보하는 기세가 대단하다.
T+A R 시리즈의 MP2000R MKII는 오디오 애호가들이 손을 댈 수 있는 현실계 최상의 멀티소스 플레이어라고 생각한다.
문의처:(주)소리샵 02)3272-858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