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시가 메시한 스위칭 허브 Entreq Empire Olympus
리오넬 메시처럼 출중한 선수가 그 이름에 걸맞은 결과물을 내놓았을 때 우리는 이렇게 말한다.
‘메시가 메시했다’. 최근 시청한 스웨덴 제조사 엥트레크(Entreq)의 스위칭 허브 Empire Olympus(엠파이어 올림푸스)가 그러했다.
이 오디오 액세서리 투입 전후의 음질 차이가 너무나 확연했다.
엥트레크가 이미 접지박스에서 ‘메시’급 활약을 한 것을 확인했던 필자 입장에서는 이렇게 말할 수밖에 없었다. ‘엥트레크가 엥트레크했다’.
엠파이어 올림푸스는 전용 어댑터에서 DC 19V 전원을 받아 내장 배터리(20,000mA/h)로 작동하는 스위칭 허브다. 엥트레크 제품답게 우드 인클로저를 썼다.
시청기인 엠파이어 올림푸스(Olympus)가 최상위 기종이고, 그 밑으로 엠파이어 아폴로(Apollo), 프라이머 프로(Primer Pro)가 마련됐다.
엥트레크에서는 각각을 ‘베스트’(best), ‘베터’(better), ‘굿’(good)으로 위트있게 분류하고 있다. 외관부터 살펴봤다.
상판에는 내장 배터리의 충전 상태를 나타내는 작은 LED가 네 개 박혀 있고(Low~Full), 밑바닥에는 충전 선택 스위치가 달렸다.
엥트레크에서는 음질을 위해 충전 시에는 이 스위치를 오프(off)시킬 것을 권장하고 있다.
전원 온오프 및 뒤에서 살펴볼 DC 전압 선택 스위치는 전면 패널에 붙어 있다. 후면에는 네 개의 이더넷 포트가 있는데 한 포트(Net 1)에는 380만 원짜리 엥트레크 랜 케이블이 붙박이로 달려있다.
상식적으로는 이 고정 랜 케이블을 평소 쓰던 공유기(라우터)에 연결하면 될 것 같은데 그렇지가 않다.
공유기와 연결된 랜 케이블은 나머지 포트(Net 2~4) 중 하나에 꽂아야 한다.
이는 엠파이어 올림푸스가 네트워크 기기에 깨끗한 DC 전원을 공급하는 기능까지 갖췄기 때문이다.
후면을 보면 12V, 16V, 19V, 20V라고 씌여 있는 DC 출력단자가 있고 엥트레크 DC케이블이 붙박이로 달려 있는데, 상판에 있는 네 개의 작은 전압 표시 LED를 보면서 전면 패널에 있는 버튼을 눌러 해당 전압을 선택하면 된다.
여기서 드는 궁금증 하나. 엥트레크는 왜 스위칭 허브에 DC 전원 공급 기능까지 집어넣었을까? 이는 잘 아시는 대로 여덟 가닥으로 이뤄진 랜 케이블에는 신호 송수신용 선재(4가닥)와 전원선(4가닥)이 함께 흐르기 때문이다.
따라서 랜 케이블과 연결되는 네트워크 기기에 깨끗한 DC 전원이 공급되면 그만큼 음질에서 큰 이득을 얻을 수 있는 구조인 것이다.
‘배터리 구동’, ‘별도 DC 전원 공급’을 잇는 엠파이어 올림푸스의 마지막 키워드는 바로 ‘접지’(Ground) 단자다.
접지박스에서 명성이 자자한 엥트레크인 만큼 자사 접지박스를 이용할 수 있는 길을 열어 놓은 것이다.
필자가 보기에 랜 케이블을 타고 들어온 전자파 노이즈(EMI, RFI)와 접지 노이즈를 이 접지박스가 걸러 준다는 점에서 이 접지 단자의 존재는 무시할 수 없다.
실제 엠파이어 올림푸스 시청에서도 지난해 감탄하면 들었던 접지박스 Olympus Ten(올림푸스 텐)을 연결했다.
시청에는 소스 기기로 dCS Vivaldi 풀 세트, 프리/파워 앰프로 오디아플라이트의 Strumentor No.1 MKII, No.4 MKII, 스피커로 가우더어쿠스틱의 DARC 100을 호화롭게 동원했다.
엥트레크 권장대로 1번 고정 랜 케이블과 DC 출력 케이블을 비발디의 네트워크 트랜스포트에 연결했다. 음원은 비발디 앱으로 코부즈(Qobuz) 스트리밍 음원을 들었다.
안드리스 넬슨스가 보스턴 심포니 오케스트라를 지휘한 쇼스타코비치 교향곡 제5번 제4악장을 들어보면, 속이 다 시원해질 만큼 우렁차고 깨끗한 음이 만발한다.
정갈하면서도 풍성한 음, 노이즈가 한 톨도 없이 증발한 음이다. 엠파이어 올림푸스를 빼고 공유기 랜 케이블을 비발디에 직결하자, ‘갑자기’라고 할 만큼 해상도가 주저 않고 그 기세등등했던 음이 졸지에 ‘옹알옹알’ 수준이 되었다. 음들이 격렬하게 뻗지를 못한다.
평소라면 그냥 지나쳤겠지만 엠파이어 올림푸스를 먼저 들었던 필자의 귀가 이를 참지 못한다.
야신타가 부른 ‘Moon River’를 엠파이어 올림푸스로 들어보면, 달빛이 잘게 부서지는 칠흑 같은 밤처럼 배경이 정숙하고 야신타의 침방울 튀는 모습까지 연상이 될 정도로 극사실주의 화면이 펼쳐진다.
해상력과 다이내믹 레인지, 공간감 모든 것이 완벽하다.
피아노의 오른손 터치음은 그야말로 명료하고 강력한 수준. 랜 케이블을 직결하자 정보량이 급격히 떨어지고 무대는 그냥 평면이 되어 버린다.
좀 전의 그 활기와 생기는 다 어디로 간 것인가 싶다. 피아노 고음은 해머에 헝겊을 두른 듯 먹먹해졌다. 빌리 아일리시의 ‘Bad Guy’는 변화가 더 심했다.
직결로 듣다가 엠파이어 올림푸스를 투입하자 비교가 안 될 만큼 드럼 댐핑이 강력하고 깨끗해진 것이다.
그러면서 빌리 아일리시의 목소리는 미세먼지나 황사가 사라진 맑은 하늘을 보는 듯 생생하고 투명해졌다. 접지박스의 도움도 컸겠지만 스위칭 허브에서도 엥트레크가 자신의 실력을 유감없이 발휘한 현장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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