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테크 올인원이란 바로 이런 것-
미국 벨칸토(Bel Canto Design)는 상상력이 풍부하고 이를 실현시킬 수 있는 고도의 기술력을 가진 제조사다.
플래그십 블랙(Black) 시리즈의 분리형 시스템(ASC2, MPS1 x 2)의 경우, DA 컨버터가 프리앰프 ASC2가 아니라 파워 앰프 MPS1에 투입되는 점부터가 남다르다.
그리고 아날로그 입력신호를 ASC2에서 디지털로 바꾼 후 MPS1으로 넘겨주는 점, 따라서 기기 간의 연결이 전용 디지털 케이블을 통해 이뤄지는 점 등을 보면 벨칸토는 뼛속까지 디지털이다.
이번 시청기인 블랙 시리즈의 네트워크 인티앰프 ACI600은 이러한 벨칸토의 설계 사상을 한 섀시에 담은 하이테크 오디오 머신. ASC2 설계의 핵심인 AMiP(Asynchronous Multi-Input Processor. 프로세서), MPS1의 핵심인 HDR-II(High Dynamic Resolution II. DAC/DSP)와 SSHA(Single Stage High-current Amplifier. 전압증폭단), N-Core 클래스D 전력증폭 모듈이 ACI600에 고스란히 투입됐다.
ACI600은 네트워크 플레이 및 디지털/아날로그(라인, 포노) 입력이 가능한 인티앰프.
때문에 DAC와 MM/MC 포노단을 갖췄고, 앰프는 하이펙스의 엔코어(N-Core) 클래스D 특주모듈 NC600을 써서 8옴에서 300W, 4옴에서 600W를 얻는다.
헤드폰 출력을 위한 전용 DAC과 버퍼단도 마련했다. 네트워크 스펙은 룬 레디(Roon Ready), UPnP/DLNA, MQA 지원으로 요약되며, DAC은 PCM은 최대 32비트/384kHz, DSD는 최대 DSD128 사양이다.
외관은 시크하고 고급스럽다. 블랙 아노다이징 섀시는 통 알루미늄에서 절삭해 만들었고 전면에는 큼지막한 디스플레이, 상판에는 오른쪽 앞에 볼륨/입력선택 휠밖에 없다.
후면은 WBT NextGen 스피커 케이블 커넥터, RCA 아날로그 입력단자(포노 1, 라인 2), RCA 출력단자(서브우퍼 1), 헤드폰 출력 잭, 디지털 출력단자(ST광 2), AES/EBU, 동축, 광, USB-B, 이더넷, USB-A 순이다.
내부는 AMiP, HDR-II, SSHA, NC600 순으로 이어지는 벨칸토 설계디자인이 빛난다.
우선 ACI600에 입력되는 모든 신호는 AMiP, 즉 비동기 멀티 입력 프로세서라고 명명한 6개 프로세서에 의해 독립적으로 관리된다.
32비트 ARM 프로세서 2개, 32비트 XMOS 범용 오디오 프로세서 2개, USB 입력전용 XMOS 프로세서 2개다. ‘비동기’이기 때문에 지터가 35fs에 불과한 내장 디지털 클록으로 입력신호를 제어한다.
아날로그 입력신호(라인, 포노)는 별도의 24비트/192kHz ADC 과정을 거친 후 이 AMiP로 들어온다.
AMiP를 빠져나온 디지털 신호는 HDR-II로 들어간다.
노이즈와 왜곡, 지터는 낮추고 다이내믹 레인지는 최대로 높인 DAC 모듈과, 디지털로 들어온 모든 신호를 관장하는 DSP 모듈로 구성됐다.
버브라운 PCM1792 칩을 핵심으로 한 풀 밸런스 DAC 모듈은 디스토션이 0.0005%, 다이내믹 레인지가 127dB에 달하는 레퍼런스급 스펙. 64비트 DSP 모듈에서는 틸트(Tilt), 베이스 EQ, 서브게인, RIAA EQ 등 다양한 디지털 프로그램 옵션이 수행된다.
볼륨 프로세싱이 이뤄지는 곳도 이 DSP 모듈이다.
핵심 칩은 아날로그 디바이시스의 ADAU1450WBCPZ. HDR-II 코어를 빠져나온 아날로그 신호는 클래스A로 작동하는 고전류 전압증폭 모듈 SSHA를 거친다.
DAC을 빠져나온 이후의 I/V 변환(전류전압 변환)도 SSHA에서 이뤄진다.
클래스A 증폭답게 바이어스 전류를 많이 걸어 오리지널 신호의 디이내믹스를 확보하고 왜율은 크게 낮추고 있는 모습이다.
필자가 보기에 벨칸토가 여느 엔코어 모듈을 쓰는 앰프와 다른 소리를 내는 것은 바로 이 SSHA 모듈 덕분이다.
마지막 관문인 전력증폭단에는 엔코어의 NC500 특주 클래스 모듈이 버티고 있다.
ACI600을 두 스피커에 번갈아 물려가며 음질을 살펴봤다.
우선 오디오벡터의 R1 Avantgarde로 드레이크의 ‘One Dance’를 들어보면 킥드럼의 양감과 펀치감이 대단하다.
2웨이 북셸프 스피커에서 이 정도 음이 나오는 것을 보면 역시 엔코어 NC500 모듈의 기본 됨됨이가 상당하다는 증거다.
저역의 해상력이 높은 것도 특징. 뒤로 넓게 펼쳐지는 무대와 음의 촉감이 아주 부드러운 것도 마음에 든다. 야신타의 ‘Moon River’는 노이즈가 모두 증발된 조용한 배경을 만끽했다.
하이엔드 앰프만이 누릴 수 있는 굉장한 SN비라고 생각한다. 윌슨베네시의 Vertex로 마일즈 데이비스의 ‘My Funny Valentine’을 들어보면, 긴 관을 빠져나오는 트럼펫의 뜨거운 숨결, 스케일 크게 등장하는 관객의 박수소리, 그러면서도 이 모든 음들이 어디에도 달라붙지 않는 모습이 기막히다.
드럼 심벌즈 연주의 세세한 디테일도 인상적. 다기능도 그렇고 무게감과 질감이 제대로 전해진 음질도 그렇고, 모든 것이 하나로 융합되는 컨버전스의 시대에 ACI600은 하나의 롤 모델로 삼을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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