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도 눈도 즐거워지는 스트리밍 뮤직 플레이어
영국 네임(Naim)이 새로운 ‘Uniti’(유니티) 시리즈를 선보인 것은 2016년 11월이다. 이 때 CD리핑과 최대 8TB의 하드디스크 저장용량을 갖춘 뮤직서버 ‘Uniti Core’와 40W 출력을 갖춘 스트리밍 뮤직 플레이어 ‘Uniti Atom’을 내놓았다.
이어 2017년 2월 70W 출력에 CD플레이와 CD리핑 기능을 갖춘 스트리밍 올인원 ‘Uniti Star’, 80W 출력의 스트리밍 올인원 ‘Uniti Nova’를 내놓으며 시리즈를 완성시켰다.
Naim Uniti Atom
사실 ‘통합’을 뜻하는 ‘Uniti’는 네임이 이미 10년 전부터 애지중지하던 컨셉트였다.
스트리밍, CDP, CD리핑, 50W 출력 앰프를 ‘통합’한 ‘NaimUniti’가 2009년에 나온 것을 시작으로, ‘UnitiQute’(2010), ‘UnitiServe’(2010), ‘SuperUniti’(2011), ‘NaimUniti2’(2012), ‘UnitiLite’(2012), ‘UnitiQute2’(2013) 순으로 ‘유니티’ 시리즈는 계속돼왔던 것이다.
이후 타이달(Tidal)과 스포티파이(Spotify) 같은 스트리밍 서비스와 인터넷 기반 룬(Roon) 스포트웨어가 대세로 자리잡자, 이에 맞춰 네임이 보란듯이 내놓은 모델들이 바로 새 유니티 시리즈다.
Uniti Atom 외관 및 인터페이스
시청기인 ‘Uniti Atom’은 네임의 표현을 빌리자면 ‘콤팩트 멀티소스 뮤직 플레이어’다.
아노다이징 처리한 블랙 알루미늄 섀시가 폭 245mm, 안길이 265mm, 높이 95mm에 불과하다는 점에서 ‘콤팩트’이고, 유무선 및 디지털/아날로그 음원을 모두 즐길 수 있어 ‘멀티소스’이며, 클래스AB 증폭의 40W 출력을 갖춰 곧바로 스피커를 구동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뮤직 플레이어’인 것이다.
오디오 입력
디지털 (S/PDIF) 광 TOSLink (24bit/96kHz까지) x 2
동축 RCA (24bit/192kHz까지, DoP 64Fs) x 1
HDMI ARC (옵션) x 1
아날로그 RCA x 1
USB Type A USB 단자 x 2 (전•후면)
스트리밍 크롬캐스트(Chromecast) 내장, 애플 에어플레이(Airplay), 타이달(TIDAL),
스포티파이 커넥트(Spotify® Connect), 블루투스(AptX HD), 인터넷 라디오™,
UPnP™ (고해상도 스트리밍)
오디오 출력
아날로그 스테레오 파워앰프 x 1
RCA 서브/프리 출력 x 1
3.5mm 헤드폰 잭 x 1
파워
앰프 출력 채널 당 40W(8Ω)
전력 소비량 일반: 90W
대기 모드: <5W
슬립 모드: <0.5W
사용자 컨트롤 기능
리모컨 지그비(Zigbee) RF4CE
어플리케이션 컨트롤 iOS, 안드로이드에서 Naim 어플리케이션 지원
전면 패널 5인치 컬러 TFT 디스플레이와 근접센서, 네 개의 버튼을 장착한 회전식 볼륨 컨트롤
외관
크기 95mm x 245mm x 265mm (HxWxD)
무게 7kg
마감 결을 살린 아노다이징 알루미늄
부속품 리모컨, 세척용 천, 빠른 시작 가이드
문의처 : 소리샵 02) 3446·7390
외관에서 가장 돋보이는 것은 전면의 5인치 LCD 풀칼러 디스플레이와 상단의 커다랗고 둥근 볼륨 휠. 디스플레이는 사진에서 보던 것 이상으로 큼지막했고 컬러풀했으며 시인성이 높았다.
형형색색으로 앨범 아트워크를 선명하게 보여주는 이 표시창을 보는 맛이 굉장하다. 스탠바이 모드에서는 창이 꺼지는데 가까이 다가가면 스르륵 깨어나는 재주까지 갖췄다. 한글도 지원했다.
새 유니티 시리즈를 관통하는 또 하나의 아이덴티티인 볼륨 휠 역시 볼륨 상태를 숫자와 함께 커다란 휠 모양으로 표현한 점이 감각적이다. 돌리는 맛도 최고다. 어떠한 걸리적거림 없이 부드럽게 공중부양된 것처럼 느껴지는 이 촉감이 좋다.
스마트폰에 ‘네임 앱’(Naim App)을 깔면 사실 이 볼륨 휠 만질 일은 거의 없지만, ‘Uniti Atom’ 가까이서 헤드폰을 듣는다면 굳이 스마트폰을 꺼내지 않고도 육감적인 아날로그 터치감을 즐길 수 있다.
게다가 일정 시간이 지나면 밑의 흰색 조명이 꺼져 눈부심을 방지한다. 그야말로 ‘친절한 네임 씨’다.
‘멀티소스’를 지원하는 제품답게 인터페이스는 풍부하다.
전면에는 USB 메모리에 담긴 음원을 플레이할 수 있는 USB A단자, 헤드폰을 즐길 수 있는 3.5mm 잭, 전원 온오프, 재생 및 정지, 입력, 즐겨찾기용 버튼 4개가 구비됐다. 후면에는 디지털 입력단자(광 2, 동축 1, USB A 1), 아날로그 입력단자(RCA 1조), 아날로그 출력단자(좌우 스피커 출력 1조, 프리아웃/서브우퍼 출력용 RCA 1조)가 즐비하다.
유선랜 연결을 위한 이더넷 단 자(10/100Mbps)도 있다. 2.4GHz, 5GHz를 지원하는 와이파이 안테나 2개와 aptX HD 코덱을 지원하는 블루투스 안테나는 내장됐다.
타이달 스포티파이 룬 크롬캐스트 UPnP 인터넷라디오
‘Uniti Atom’으로 할 수 있는 ‘일’은 무척 많다. 우선 스피커 만 있으면 광활한 스트리밍의 바다에 풍덩 빠질 수 있다.
DAC 도 필요없고, 프리앰프도 파워 앰프도 필요없다. 물론 이들 기 기를 연결할 인터케이블이나 USB 케이블 따위도 필요없다. 대 표적인 것이 타이달과 룬.
직관적이며 체계적인 안드로이드/ iOS ‘네임 앱’을 통해 컨트롤하면 된다. 실제 시청시에도 주 로 네임 앱으로 타이달 음원을 들었다.
룬의 경우에는 룬 코어 (core)로 쓸 수 있는 노트북이나 PC/맥, 네트워크 플레이어가 있어야 한다.
기기간 무선통신 프로토콜인 ‘UPnP’도 깔려있어 디저 (Deezer)나 코부즈(Qobuz), 멜론(Melon) 같은 국내외 스트리밍 서비스도 적절한 앱을 통해 즐길 수 있다.
스포티파이의 경우에는 아예 ‘스포티파이 커넥트’(Spotify Connect)가 내장돼 별도 UPnP 앱을 깔지 않고도 네임 앱에서 직접 컨트롤할 수 있다. 크롬캐스트 역시 빌트인된 상태여서 별도의 동글 없이 ‘Uniti Atom’과 음원 소스를 네트워크로 연결할 수 있다.
이밖 에 아이폰이나 아이패드 유저를 위한 에어 플레이(AirPlay)를 지원한다.
재생할 수 있는 음원 포맷은 WAV, FLAC, AIFF, ALAC, AAC, MP3 등. DSD 음원의 경우 DSD128까지 지원하는 점이 눈길 을 끈다.
유무선 네트워크 플레이와 동축 및 RCA 입력의 경 우에는 최대 24비트, 192kHz까지, 광 입력의 경우에는 24비트, 96kHz까지 지원한다. 인터넷 라디오도 된다.
40W, 역시 네임다운 넉넉한 출력
‘Uniti Atom’의 출력은 8옴에서 40W다.
진공관도 아니고 솔리드스테이트 앰프가 클래스AB 증폭으로 40W를 낸다면 ‘부족하지 않을까’ 싶은 분들이 많을 것이다. 그러나 네임의 40W 는 그냥 숫자에 불과하다.
실제 공칭 임피던스가 4옴까지 떨어 지는 오디오벡터의 플로어 스탠딩 스피커 ‘QR3’에 물려도 어디 하나 부족함 없이 시원시원하게 재생음을 밀어냈다.
몇몇 네임 앰프를 구매해 자택에서 사용해 본 필자의 경험상 네임의 출력 은 너무 보수적으로 잡은 게 아닌가 싶다.
앰프 쪽을 좀더 살펴보자. 내부 사진을 보면 내부 공간의 거 의 3분의 1을 차지하는 커다란 토로이달 트랜스포머가 눈길을 끈다.
이 조그만 올인원 제품 무게가 7kg이나 나가는 이유다. 모델마다 전용 파워 서플라이를 마련할 정도로 전원부에 꼼꼼 하게 신경을 써온 네임답다.
작은 트랜스 2개 대신 대형 트랜스 1개를 선호하는 것은 네임의 전통. 2개의 작은 트랜스를 쓸 때보다 임피던스가 낮고 전해 커패시터를 더 빨리 충전시킬 수 있어서다.
뒤쪽의 작은 박스는 SMPS 전원부로 대기모드 시에 만 작동된다.
출력 트랜지스터는 왼쪽 히트싱크 안쪽에 마련된 것으로 확 인된다. 네임이 공개하지는 않았지만 ‘Nait’ 인티앰프 때부터 이어져 온 앰프 설계를 감안하면 NPN 바이폴라 트랜지스터를 채널당 쌍으로 구성, 푸시풀 구동하는 것으로 추측된다.
그리고 이를 앞단의 NPN과 PNP 트랜지스터가 드라이빙하는 이른바 ‘쿼시 컴플리멘터리’(quasi complimentary) 구성이다. 한편 내부 열 방출을 위한 히트싱크는 네임의 플래그십 앰프 ‘Statement’의 디자인을 그대로 가져왔다.
재질은 금형에서 압출한 알루미늄이다.
한편 디지털 음원을 처리하는 사령탑인 프로세서는 상위 모델들로부터 트리클다운(trickle down)한 40비트 ‘SHARC’ 프로세서(ADSP 21489), DAC 칩은 버브라운 칩을 채택했다.
미국 아날로그 디바이시스에서 개발한 ‘SHARC’ 칩은 나노 세컨드(10억분의 1초) 단위로 신호를 처리하는 현존하는 최고 성능의 칩 중 하나로, 16배 오버샘플링, 버퍼링, 지터 저감, 리클록킹 등 막강한 DSP 기능을 네임이 설계한 그대로 수행한다.
이처럼 ‘SHARC’ 칩이 버브라운 DAC 칩의 DSP 기능을 대신하기 때문에 음질적으로 훨씬 유리하다는 게 네임의 설명이다.
시청
전면 디스플레이와 볼륨 휠로 눈맛을 봤으니 이제 귀맛을 즐길 차례. ‘QR3’ 스피커에 물려 주로 타이덜 음원을 들었는데 첫인상은 신세대 네임다운 재생음이었다는 것.
예전 진득하고 도툼한 중역대 사운드 대신, 보다 경쾌하고 밝은 표정의 음들이 계속됐다. 그러면서 ‘40W 출력이 맞나?’ 싶을 정도로 매서운 한 방도 터뜨려줬다.
음원에 담긴 세세한 디테일이 잘 전해지는 점도 인상적이었다.
소니 롤린스의 ‘Way Out West’를 들어보면 사운드스테이지 안쪽으로 악기들이 입체적으로 펼쳐지는 가운데, 베이스의 양감이 깜짝 놀랄 정도로 두텁고 풋워크는 흥겨울 정도로 경쾌했다.
내장 DSP와 DAC, 그리고 앰프의 드라이빙 능력이 받쳐주고 있다는 증거다. 악기 소리가 리얼하게 들렸다는 점도 강조하고 싶다. 콘체르트 쾰른이 연주한 ‘비발디 사계’ 중 봄 편에서는 잡티 하나 없는 순결한 음이 돋보인다. 방순하고 청량하며 시원한 소리다.
바이올린의 빠른 질주, 배음과 녹음 스튜디오의 홀톤도 모조리 들려줬다. 마르타 아르헤리치의 ‘바흐 영국 조곡 제 2번’에서는 피아노의 음이 달콤한 것이 역시 네임답다.
하지만 피아노가 약간 미니어처 스타일로 등장한 것은 출력의 한계상 어쩔 수 없다. 대신 음의 표면은 CNC 머신으로 매끈하게 마감한 것처럼 곱디고우며, 음들이 질주하는 스피드는 그야말로 민첩하고 준민했다.
안드리스 넬슨스, 보스턴 심포니 오케스트라의 ‘쇼스타코비치 제 5번 교향곡 4악장’에서는 음들이 머뭇거리는 느낌없이 곧바로 튀어나오는 모습이 대단했다.
중간 팀파니 연타에서는 갑자기 팀파니가 필자 쪽으로 성큼 다가온 것 같아 깜짝 놀랐다.
총평
스트리밍이 대세가 되면서 오디오 시스템이 점점 심플해지고 있다. 디스크 플레이어가 일단 사라졌고, 외장 DAC은 네트워크 플레이어의 품으로 들어왔다. 네임의 ‘Uniti Atom’은 여기에 40W 클래스AB 앰프까지 보탰다. 불과 2,3년 전만 하더라도 ‘Uniti Atom’이 들려준 사운드를 구사하려면 최소 3박스 이상의 오디오가 필요했을 것이다. 개인적으로는 또렷한 색감의 앨범 재킷을 오디오 디스플레이를 통해 볼 수 있으리라고는 상상도 못했다. 지금이라도 고음질 스트밍의 편리하고 멀티미디어적인 신세계에 빠지고 싶은 애호가들에게 일청을 권한다.